아가페 이상진 목사는 지난 13일 “경기도 일대 지역을 물색하다 여주군 외룡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매입 비용은 교도소 부지 6만1천여평에 든 돈 17억여원 외에 진입로 사용료 1억1천만원 등을 합쳐 모두 20억여원.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룡리 주민들의 ‘님비’ 심리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연일 마을회의를 열고 있는 주민들은 “절대 교도소는 안된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교도소가 들어설 여주군 북내면은 1만4천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외룡리는 1백30여호, 5백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교도소 부지는 2개의 산이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뉘어 있는 지역 일대.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은 한 쪽 산속에는 3만여평의 평지가 위치해 있다. 이 곳이 바로 수용시설이 들어설 자리.
▲ 최초의 민영교도소가 들어설 부지로 선정된 외룡리 산 10-1번지 일대. 예정대로 교도소가 신축되면 왼쪽에 보 이는 민가의 위치는 ‘교도소 마당’ 한복판에 해당된다. | ||
그런 차에 지난 2월10일 경기도 여주에 민영 교도소가 들어선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민들은 기억 속의 소문을 다시 떠올렸다. ‘연수원’이 아니라 ‘교도소’라는 불안감과 함께였다. “아무래도 이상해 지난 9일 땅 주인에게 전화를 해 봤습니다. 작년 12월에 이미 매매계약을 했다고 하더군요. 누구에게 무슨 용도로 팔았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말해주지 않더라구요.” 교도소 부지 근처에 살고 있는 최동진씨(46•가명)의 얘기다.
‘근처’라고 하지만 최씨의 집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이 산의 가운데에 있다. 지형상으로 보면 교도소 마당 한복판에 최씨의 집이 위치하게 되는 셈이다.
울산에서 자동차회사를 다니다 지난 98년 귀농을 한 최씨는 당시 귀농 성공 사례로 꼽혀 몇몇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기도 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부인과 함께 직접 설계해서 손수 지은 전원주택. 지난 12일 만난 최씨 부부는 재소자들의 ‘이웃’이 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이 곳에는 양질의 죄수들이 수감될 것”이라며 자위했지만 부인은 “교도소는 교도소 아니냐”고 반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룡리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 역시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 교도소 설립 소식이 확인된 뒤 지난 12일 저녁 첫 회의를 가진 외룡리 주민들은 “얼마를 준다해도 우리 마을엔 절대 안된다”며 분명한 반대의견을 모았다.
한 주민은 “이렇게 쉬쉬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일단 밀어붙이고 보겠다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심지어 한 주민은 ‘아가페’라는 이름을 듣고 나서 “여기도 그럼 ‘아가동산’처럼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다른 주민은 “우리 마을은 각 호당 농사 경지 면적도 넓고 농가 저축률도 전국 평균을 웃도는 곳”이라며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마을의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 시설이 들어온다면 마을 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내면은 가수 보아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며 작은아버지 권재환씨가 군 의원을 맡고 있다. 면 사무소 관계자 역시 “썩 반가운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나설 일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굳이 말리지 않을 것이고 관망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도소 설립을 추진중인 아가페측은 “다른 교도소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재단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이상진 목사는 “교도소는 재소자 교화작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맞물려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여주에서 많이 나는 버섯의 가공작업에 재소자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한 사례로 들었다. 이 목사는 “외국의 경우를 비춰보면 재소자들의 생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 말고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가페측은 또 1백명 안팎의 교도소 직원 중 일정 인원을 지역 주민 중에서 채용하거나 교도소에 납품하는 식료품과 생필품 일체의 공급계약을 지역 주민들과 체결하는 방안을 계획중이다.
이 목사는 “이 방안들은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교정 프로그램을 개방한다는 면에서 오히려 교도소측이 필요한 방법이며 설득을 위한 복안이 아니라 교도소 운영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큰 어려움은 “화장터보다 교도소가 더 싫다”는 주민들의 심리적인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문제. 이 목사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교도소 건축 단계에서부터 위원회 형식의 주민 참여 기구를 만들어 민원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총 6만1천여평의 교도소 부지 중에서 실제 수감 시설에 사용되는 땅은 2만5천여평이며 나머지 땅은 직원 숙소, 유치원, 탁아소 등의 부대 시설과 교도소 확장에 대비한 땅으로 활용된다. 이상진 목사는 “주민들과의 공동체를 만든다는 취지에서 수감 시설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울타리도 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