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용기 원로목사, 조희준 씨.
조희준 측 변호인은 “최 아무개(여·59) 일가가 조목사의 비자금 58억 원을 관리했던 것이 지난 2001년 언론에 의해 폭로됐다. 최 아무개 일가는 <국민일보> 건물 지하에 위치한 한정식 음식점을 경영했으며, 논현동 교회 사택 3층에서 조목사 일가와 함께 살았다”며 “이때도 조 목사 대신 조희준이 뒤집어쓰고 처벌 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영산기독문화원(문화원) 청산 때도 피고인 조희준에겐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차영 사장이 조 목사의 지시를 받아 했던 일”이라며 일련의 일들이 부친 조 목사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차 공판 시에도 조희준 측 변호인은 “박 장로가 조 목사에게 건의해야 할 문화원 청산을 왜 차 씨에게 말했는지 모르겠다”며 “차 씨가 2002년 조 목사의 청와대 예방 때 비서관으로서 조 목사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얼굴을 익히고, 그후 차남, 삼남과 친하게 지냈으므로, 차 씨에게 말하면 조 목사에게 언질이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장남 조희준이 비기독교인인 여비서와 3개월간 혼인관계를 지속하다 이혼한 후 아버지로부터 쫓겨났다”며 “2009년 귀국 후 증인 김 씨와 증인 박 씨를 시켜 기도원에 장남을 감금시켰다”고 주장해 시선을 모았다. 사실상 조희준은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증인 박씨는 “난 모른다. 조 전 대표는 나가고 싶으면 나가면 됐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재판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조희준 씨가 발행한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적정가보다 4배가량 높은 가격인 8만 6000원에 매입하면서 교회가 157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교회 장로들의 고발로 시작됐다. 검찰은 조 목사와 조희준 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들 부자를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각각 기소했다. 해당 주식은 국민일보판매(주)와 경천인터내셔널을 거쳐 문화원으로 흘러갔고, 문화원은 교회에 주식을 주고 시가 202억 원짜리 영산아트홀(국민일보 지하 2층 소재)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교회가 문화원으로부터 217억 4600만 원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처럼 허위로 꾸미기까지 했다. 그후 문화원은 청산절차를 밟아 없어졌고 문화원의 잔여 재산과 영산아트홀은 순복음선교회에 귀속됐다.
한편 교회와 문화원 사이의 주식매매 과정, 문화원 청산 등을 둘러싸고 피고인 및 증인 들 간의 증언이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자, 차영 전 NMH 사장이 사건의 열쇠를 쥔 중요인물로 떠올랐다. 당시 차 씨는 피고인 조희준과 함께 일하며 일련의 일들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장은 “차영 씨가 중요한 증인으로 드러났다”면서도 “소환 및 출석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밝혀, 차 씨가 법정에 출두할지는 미지수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