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 소속 목사와 장로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구윤성 인턴기자
이날 장로기도모임이 조용기 목사 비리에 대해 주장한 내용은 총 4가지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CCMM 빌딩 건축비 990억 원의 행방’이다. CCMM 빌딩은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가 순복음교회로부터 1634억 원을 빌려 1998년에 완공한 건물이다. 1634억 원의 공사대금 중 285억 원은 조용기 목사의 장남 희준 씨가 운영하는 (주)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에, 166억 원은 (주)퍼실리티매니지먼트코리아에 지급됐다고 한다.
문제는 공사를 마친 후 순복음선교회가 순복음교회에 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장로기도모임 측은 “순복음선교회는 교회에 643억 원만 반환하고 990억 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교회 감사위원회가 순복음선교회에 1634억 원 지출에 대한 계약서 등 증빙서류를 요구했으나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밖에 CCMM 빌딩과 관련해 빌딩 내 ‘영산아트홀’을 순복음교회가 110억 원이라는 거금의 임대보증금을 지급하고 임차하고 있는데, 이 시설을 교회가 아닌 조용기 목사 일가가 전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로기도모임이 제기한 또 다른 의혹은 조용기 목사의 삼남 승제 씨가 운영하는 (주)ICMG와 관련된 내용이다. ICMG는 CCMM 빌딩 관리와 스포츠센터 및 음식점 경영 등을 하는 회사로 한때 장남 희준 씨가 운영하기도 한 회사라고 알려져 있다. 장로기도모임은 ICMG와 순복음선교회가 ‘부당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2000년 4월 7일, ICMG가 순복음선교회로부터 CCMM 빌딩 3개 층을 295억 원에 매입했다가 3년 후 다시 순복음선교회에 372억 원에 되팔아 ‘77억 원’의 차익을 부당 편취했다는 것. 더함공동체 이진오 목사는 “순복음선교회는 ICMG에 2001년 63억 원, 2002년 68억 원 등 총 131억 원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그 이유와 회수 방법도 명확치 않다”며 “ICMG는 회원권 보증금 152억 원도 모두 소진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충격적인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바로 조용기 목사가 은퇴 후 교회로부터 지급 받은 비용이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른다는 의혹이다. 장로기도모임 측에 따르면 조용기 목사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연 120억 원, 총 600억 원의 ‘특별선교비’를 지급 받았다고 한다. 2008년 은퇴했을 무렵에는 퇴직금 조로 200억 원을 받았고, 퇴직 이후에는 교회와 국민일보, 국민문화재단 등으로부터 매월 약 7500만 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별선교비와 퇴직금, 2008년 퇴직 이후 현재까지 지원 받은 금액을 환산하면 총 ‘850억여 원’에 이르는 금액을 교회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장로기도모임 소속 한 관계자는 “퇴직금으로 200억 원을 받은 것은 측근 장로조차도 전혀 모르던 사실이다. 이것이 밀실에서 합의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은퇴할 때 사회 사업하라고 교회에서 570억 원을 들여서 만들어 준 재단도 조 목사는 사실상 사유화를 했다. 어느 기업 회장도 이 정도까지는 안한다. 누릴 건 다 누렸으면서 도를 심하게 넘었다”고 전했다.
조용기 목사 일가 비리를 폭로하는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 측과 기자회견을 막으려는 순복음교회 교인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구윤성 인턴기자
장로기도모임 측은 “은근슬쩍 사표가 반려된 조 목사가 재단 명칭까지 바꾸고 계속해서 사유화를 진행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가족들이 실권을 행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만약 500억 원에 이르는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점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조용기 목사가 교회로부터 지원 받은 돈은 사실상 ‘1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교회 돈 2400억 원의 배임, 횡령 건으로 재판 중이고 차남과 부인과 관련한 재정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이를 감안한다면 조용기 일가의 총 재정 비리는 4000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지적도 있다.
앞으로의 관심은 조 목사의 이러한 비리가 얼마나 입증되고 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어떻게 질지에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장로기도모임 측은 “조용기 목사와 일가는 부패와 타락에 책임을 지고 교회와 관련된 기관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로기도모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 목사가 이미 실질적으로 은퇴까지 한 마당에 ‘교회에서 손을 떼라’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조 목사가 순복음교회의 ‘실권’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증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순복음교회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도 결재판에 ‘총재 조용기’ 해서 사인하는 란을 만들어 놓는 게 은밀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장로들도 벌벌 떨고 있어 어떤 일이든 조용기 목사 지시면 다 통과가 된다. 인사권도 마찬가지다. 한번은 여자 문제로 쫓겨난 부목사를 조 목사가 힘을 써 다른 직책으로 임명한 일이 있었다. 임명권자는 당회장(이용훈 담임목사)인데 이것이 무시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귀띔했다.
장로기도모임 측 역시 이번 조용기 목사 비리 폭로에 자신감이 있는 모습이다. 장로기도모임 핵심인 하상옥 장로는 “그동안 14년 동안이나 참았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조용기 목사는 회개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조 목사 측은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내용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거나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순복음교회 측은 “장로모임 측 주장에 대해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진위 여부를 따져 법 위반 사항이 있으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비리에 대한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조 목사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여 향후 사태의 파장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