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김무성 의원의 당권 싸움에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일요신문 DB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을 주도했던 실권 세력은 분명 김무성 의원 계열이었다. 친박 진영 인사임에도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박 대통령에게 직접 각을 세우며 거리를 뒀던 전력이 있던 터라 박 대통령으로선 분명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서 의원의 원내 복귀는 여러모로 이러한 김무성계의 ‘브레이킹’ 역할을 도모하기 위해, 더 나아가 하반기 국정운영을 주도하기 위해 마련한 박 대통령의 카드이자 노림수라는 것이 정계 내부의 중론이다. 김무성 의원을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은 한때 ‘상도동계 막내’인 김 의원이 모셨던 서청원 의원이 유일했던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김무성 의원의 세가 너무나도 커졌다는 것이다. 기자와 만난 한 여권 인사는 “물론 김무성을 제어할 유일한 카드지만, 실질적으론 서청원 의원도 이젠 쉽지 않다. 정치라는 것이 결국은 세 싸움인데, 어느덧 김무성 진영의 세가 국정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커져버렸다”며 “아무리 서청원 의원이라도 이제 막 원내에 진입한 입장이다. 세 싸움으로만 따지면 김무성 계열에 밀리는 것이 엄밀한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군다나 김무성 의원은 당장의 당권을 넘어 대권까지 넘보는 인물”이라며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이나 관계는 멀어졌다. 이제 독자적인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단계다. 김 의원이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양 진영의 경쟁 속에서 요즘 들어 유독 회자되는 인물이 이재오 의원이다. 지난 정권 주류를 형성한 친이계 진영의 실세이자 좌장 역할을 해온 이 의원이지만, 현재는 분명 여권 내 비주류다. 그러나 그의 향후 행보와 선택 여부에 따라 향후 당권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권 내 중립진영에 속하는 한 초선 의원은 “세가 부족한 서청원 의원이 김무성 계열을 제어하고 당권경쟁에 임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 진영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서 의원의 중앙대 후배기도 하다”며 “이젠 비주류로 밀려났다지만, 여전히 원내에서 20~30석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라도 김무성 의원 역시 이재오 의원의 향후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구박-친이계’ 연대는 자신에게 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재·보선 당시 서청원 의원은 김무성, 이재오 의원과 연쇄회동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이 묘한 삼각 구도는 향후 당권 싸움의 구도를 넌지시 보여주는 자리기도 했다.
결국 여러모로 이재오 의원은 ‘꽃놀이패’를 쥔 모양새다. 이러한 연대 가능성 탓에 정계에선 벌써부터 4대강 비리 등 이명박 정부의 치부와 관련해 양 진영의 ‘딜(거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 자신의 입지를 위해서도 이재오 의원으로선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것. 연대를 조건으로 충분히 가능한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여권 내 당권 경쟁 속에서 이재오 의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