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한심한 것은 관련 공무원들이 이미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그냥 기념행사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1년 9월15일부터 시작된 퇴계 선생 탄생 기념행사는 문화관광부의 지원하에 경상북도와 안동시 등 지방자치단체까지 참여했다.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당시 30억원을 들여 해외 석학들을 대거 초빙,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했다.
하지만 실제 퇴계 선생의 탄생 5백주년은 행사가 열린 2001년보다 1년 뒤인 2002년으로 밝혀졌다.
학계에 따르면 이 같은 해프닝은 양·음력 환산법에 따른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것. 역사 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국내 학계가 공인하고 있는 ‘책력’에는 엄연히 퇴계 선생의 탄생일이 1502년으로 명시돼 있다.
책력은 우리나라 전래의 양·음력 환산법으로 절기를 기록해둔 일종의 전통 달력. 따라서 공식적인 퇴계 선생의 탄생 5백주년은 2002년이다.
그러나 현재 출판된 대백과사전 등 각종 출판물에는 퇴계 선생의 탄생 연도를 음력인 1501년으로 잘못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퇴계학 연구원측 역시 이러한 오류를 인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양력으로 하자면 퇴계 선생 탄생일은 1502년”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양·음력 환산에 관련된 논란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오류를 지적하고 관계당국에 시정을 요구한 전 대구 수성중학교 교장 김태위씨는 “그간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지만 누구 하나 여기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경북도청은 이미 2001년 1월 초 퇴계 선생의 탄생 연도에 대한 오류를 인정하고도 행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북도청은 김씨가 보낸 질의에 대해 “(탄생 5백주년이 2002년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가하다고 사료되며 공감하는 사항으로서 탄생일을 바로 알리기 위해서 적극 노력하겠으니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회신을 했다. 또 문화관광부는 “관련 부처에 (질의) 사실을 이첩했다”는 수동적인 답변만 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행사를 주도했던 팀이 모두 해체되고 전담 부서가 생기면서 관련 문서도 모두 이첩됐다”며 “담당자가 바뀌어 자세한 사항을 알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퇴계 선생의 정확한 탄생연도를 알기 위해 도청 차원에서 여러 관계 기관에 문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태위씨 등은 퇴계 선생 탄생일에 대한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 국제퇴계학회 및 미국 하버드대학에 진정을 한 상태. 국내 학계에서 외면 받고 있는 이 역사적 오류에 대해서 국제적인 여론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국제퇴계학회는 김씨 등에게 “퇴계 선생의 탄생과 관련된 오류의 시정은 후손인 한국 학자들이 먼저 해야할 일”이라는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