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품연이 매입한 서초동 빌딩 전경. 최준필 기자
그런데 불과 넉 달 전인 2011년 2월 전품연은 서울 강남 서초동 역세권에 12층짜리 K 빌딩을 통으로 매입했다. 총 매입 자금은 165억 원, 돈을 갚지 않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음에도 그 2배가 넘는 거액을 들여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전품연은 경기 성남에 본원이 위치해 있고 해당 빌딩 상당 부분을 카페나 학원에 임대해 주고 있다.
K 빌딩은 전품연 지점이나 분사무소로 등록돼 있지 않았고 등기부에는 건물 매입 당시 별도로 대출을 받은 흔적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정부가 출연한 비영리 기술연구소가 부동산 임대업을 겸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부에서 받은 예산으로 별도 부동산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전품연 홍보실 관계자는 “서초동 빌딩은 2005년 평택에서 지금의 성남으로 본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으로 매입한 것으로 이사회 승인을 받은 사항”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 출연 기관이 부동산 임대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부분이나 해당 빌딩을 별도 사무소로 등록하지 않은 것에 관해서는 “담당 업무가 아니고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전직 산업부 관계자는 “상급기관이 결정한 연구비 환수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환수 결정 직전에 거액을 들여 건물을 샀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연구비 환수 조치를 미리 알고 현금을 모두 쓰는 방식으로 소진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2011년 전품연은 수십억 원을 들여 전 직원에게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고 인건비를 대폭 올린 것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앞서의 전직 산업부 관계자는 “전품연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비영리 연구법인임에도 국정감사나 감사원 정기감사를 받지 않는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매우 특수한 연구기관”이라며 “전품연을 거쳐 간 원장들이 다들 좋은 자리로 갔다. 이들이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상당해 관리·감독할 산업부조차 함부로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원장에 친정권 인사… 거물급 이사진 포진
전자부품연구원(전품연)의 모태는 지난 1991년 설립된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다. 1999년 비영리 독립법인으로 거듭난 전품연은 노무현 정부 당시 광주지역본부와 전북지역본부를 각각 설립하며 규모를 키웠다.
전품연 초대 원장은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총장으로 SMPD 기술 논란 당시에도 원장으로 재직했다. ‘이상득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춘호 총장은 지난해 카이스트 이사로 선임됐을 때 퇴직 압력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4대 원장인 서영주 전 원장은 임기를 마친 직후 상급기관이자 SMPD 기술 진위 여부를 조사했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으로 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 전 원장은 현재 한국조선협회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6대 원장인 최평락 전 원장은 통상산업부 공보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거쳐 2009년부터 3년간 전품연 원장으로 재직한 뒤 2012년 7월 한국중부발전 사장으로 옮겼다.
이밖에도 김쌍수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등이 전품연 이사를 지냈고, 현 이사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고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