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사들이 노출 여배우를 찾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이런 에로 성향의 야한 영화는 대부분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영화사에서 제작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에로 업계도 이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출연료다. 에로 업계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여배우에게 지급하는 출연료 수준은 평균 200만 원 수준이고, 초특급 배우도 300만 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촬영 기간이 2~3일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장면이 베드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부가판권 시장에서 각광받는 영화들은 정확히 구분해 에로 영화는 아니다. 2~3일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베드신 위주의 영화는 아니라는 것. 그러다 보니 촬영 기간이 늘어 출연료가 올랐지만 그 폭이 그리 크진 않다. 이미 유흥업소에서 큰돈을 벌고 있는 접대여성들이 혹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이다. 물론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요즘 접대여성들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연예인이 되는 걸 그리 환영하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야한 영화에 출연한 뒤 실제로 스타덤에 올라 꾸준히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사례도 흔치 않다.
과거 에로비디오 전성기의 가장 주된 배우 공급처 가운데 하나인 유흥업계에서의 배우 캐스팅이 난항을 겪으면서 제작사들은 새로운 활로 개척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공개 오디션이다. 아예 조단역 배우와 보조 출연자 섭외를 전문으로 하는 몇몇 카페에 공지를 내서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제작 준비가 한창인 영화의 주연배우 캐스팅 공고를 보면 그 내용이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지원 자격은 ‘연기 가능하고 노출하실 수 있는 분’이다. 지원 연령은 ‘20대 후반에서 30대초 여자분’이며 공개오디션을 대신해 이메일로 지원서를 받는데 지원 서류의 핵심 역시 사진이다. 전신, 상반신 사진은 물론이고, 몸매라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신 및 반신 사진도 제출해야 한다. 또한 신체 사이즈도 밝혀야 한다. 이처럼 몸매와 관련된 내용이 지원 서류의 대부분이며 연기 관련 서류는 경력 사항을 제출하는 게 전부다.
아무래도 조단역 배우와 보조출연자를 섭외하는 전문 카페에는 배우의 꿈을 키우는 이들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이런 이들에게 주연 배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다. 다만 문제는 노출이다.
얼마 전까지 케이블 성인채널 납품을 전문적으로 하던 에로 영화 제작사였으며 이제는 극장 개봉용 야한 영화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여배우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섭외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다. 오디션 공고 등을 내면 실제로 노출을 감행할 의지를 가진 여배우의 지원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화면을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몸매와 얼굴의 소유자가 많다. 연기력 부족은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지만 기본적인 몸매와 얼굴은 우리 힘으로 안 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부분은 시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에로영화에 비해 촬영 일수가 늘어나고 스케일이 커지는 등 분명 제작비는 많이 늘었다. 게다가 요즘엔 해외 로케이션도 붐이다. 부가판권 시장에서 분명 돈이 나올 수 있는 구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장 좋은 그림은 과거 이규영처럼 이쪽에서 스타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스타를 만들 수 있는 홍보 등의 여건은 더 좋아졌지만 그럴 만한 인재가 없습니다. 기존 여배우를 캐스팅해 노출 연기를 감행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출연료가 너무 턱없이 비쌉니다. 이쪽 시장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감당이 안 될 수준이죠.”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브로커들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브로커들은 한때 이름을 알렸던 여자 연예인이나 연예인은 아니지만 어떤 계기로 한때 유명세를 얻었던 일반인들을 설득해 야한 영화 출연을 유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계에선 이런 방식 역시 이제는 해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쪽 시장이 좋아지면서 브로커들이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게다가 중간에서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AP라고도 불리는 데 이는 Agent Pay를 의미한다)를 가로채는 경우도 종종 있어 언젠가 사기사건 등으로 크게 터질 우려도 있다고 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