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 막사 뒤의 숲 사이로 어렴풋이 청남대 본관 지붕이 보인다(위 사진 점선). 아래 사진은 굳게 닫힌 제2검문소 의 철문으로 기자가 인터폰으로 관계자와 대화를 시도하 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1983년 전두환 대통령 당시 세워진 청남대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거치면서 대통령의 별장으로 활용됐다. 국가원수의 별장인 만큼 청남대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비밀 별장’이었다.
그러나 청남대는 지난 6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를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힘에 따라 설립 20년 만에 지역 주민들의 품에 안기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청와대와 관계부처, 충북도 등도 청남대 개방을 위한 법률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아직 현지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노 대통령의 선언이 있은 직후인 지난 7일 청남대 현장을 찾았지만 출입문은 굳게 닫힌 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었다. 청남대 관계자들은 “상부 지시”라고 답변했다.
청남대는 지난 1980년 11월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대통령이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말 한 마디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 얘기에 관계부처가 곧바로 별장 설립에 나서 3년 만인 1983년 완공됐다.
청남대가 세워진 곳의 주소지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 신대리. 별장지로 조성된 면적은 1백94만㎡(59만여 평)에 달했다. 물론 이곳은 별장이 세워지면서 1급 보안지역으로 묶였고, 군 부대가 외곽경비를 맡았다. 일반인의 출입은 물론 언론 취재도 불가능했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면서 세인들은 청남대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 했다. 그동안 청남대 내부는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에 의해 간간이 외부에 전해지기도 했다. 수도꼭지가 순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침실 크기가 2백 평이 넘는다는 등 동화속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이 펼쳐져 궁금증을 더해주기도 했다.
청남대로 들어가려면 3곳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그 중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은 13번국도에서 별장 초입으로 연결되는 제1검문소까지다. 원래 1검문소부터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됐으나,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이곳까지 개방키로 해 접근이 가능하다.
1검문소를 지나 2검문소까지의 거리는 3.5km 정도. 이곳은 지금도 통제지역이다. 그동안 군인들이 이 지역을 경비했으나, 지난 7일 현지 취재과정에서는 군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들이 많이 찾아와 경비인력은 철수한 상태라고 전했다.
2검문소를 지나 청남대로 들어가는 초입인 3검문소까지의 거리는 약 3백m로 생각보다는 짧았다. 3검문소는 군인들이 철저히 외부인의 차단을 막고 있었다.
3검문소를 지나면 청와대 경호실 소속 경비부대가 입주한 2층 건물과 변전소 등 부속 건물들을 만난다. 청남대 본관 정문은 이곳에서 2백여m를 더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청남대인 것.
정문을 통과하면 대통령의 휴양시설인 본관 건물이 나온다. 본관 지붕은 현재의 청와대 지붕과 비슷한 초록색 기와로 돼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주변 소나무와 잘 구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제2검문소 입구의 통행금지 표지판. 육중한 철 문에는 감시카메라와 인터폰이 설치돼 있다. | ||
하지만 청남대에 사용된 자재는 매우 고급이다. 이탈리아산 고가 대리석으로 본관 건물을 지었고, 건물과 마당 주변에 심어진 조경수는 한 그루에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날, 청남대는 처음으로 문의면 이장회(里長會) 회원 32명을 포함해 모두 36명의 지역 관계자들을 이곳으로 초청했다. 이 행사는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 관심이 집중된 청남대 본관 내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청남대에 다녀온 한 마을 주민은 “식사시간을 포함해 3시간 가량 둘러봤지만, 본관은 보여주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 이유에 대해 청남대 관계자는 “본관은 대통령님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대신 대통령 산책로와 골프장, 전망대 등은 모두 공개했다는 것이다.
본관 주변에 대통령 전용 실외 수영장과 테니스장, 골프장(2홀), 낚시터 등이 있다. 그리고 울창한 수목이 우거진 산책로를 걷다보면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정자 하나가 나온다. 일종의 전망대인 셈.
또 본관 뒤편으로는 파라솔과 선착장이 마련돼 있고, 헬기장도 갖춰져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곳에 스케이트장도 있었으나, 지금은 양어장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중에는 낚시를 즐기는 대통령도 있었는데, 미리 경비대원들이 낚시터에 미끼를 뿌려둔다고 한다. 그래야 고기들이 몰려들어 대통령이 ‘손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청남대 입구 쪽에 말 사육을 위한 마굿간이 있었으나, 이 시설은 현재 청남대 경비부대 시설로 개조해 사용중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산책로 주변에 김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동초가 대거 심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