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나온 부동산 대책은 총 네 차례다. 4·1 부동산종합대책, 7·24 공급조절방안, 8·28 전월세안정화방안, 그리고 최근 나온 12·3 보완대책이 그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수요가 여전히 많은 만큼 집주인들의 월세전환에 대비한 대책도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은숙 기자
전문가들과 시장은 한마디로 ‘파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나온 대책들이 대부분 재탕, 삼탕이었다면 새 정부 대책은 달랐다. 대부분이 처음 나오는 것들이었다. 양도세나 취득세 면제는 수요자 입장에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환영받을 수 있는 방안들이었다. 전세 등 임대정책에 대한 부분도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엿보였다.
시장도 여기에 반응하는 듯했다. 파격적인 세제혜택은 거래량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거래량 증가에 따른 집값 오름세는 60일로 끝났다. 당장 현금을 아낄 수 있는 취득세 감면기한이 6월 말 종료되면서 4·1 혜택이 묻혀버린 것이다.
취득세 한시감면에 4·1 대책으로 늘어나던 주택거래량은 6월 말까지 급증하다가 결국 7월 들어서면서 ‘거래절벽’ 현상을 겪고 말았다. 반면 전셋값은 오히려 더 급등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곧 후속방안이라며 7·24 대책을 내놓았다.
이 두 번째 대책에는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는 이유가 공급과잉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라 주택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방안이 들어있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건설사들에게 후분양으로 공급을 하거나 미분양을 일단 전세로 돌리면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새 대책을 내놓는 것밖에 없었다. 그간 취득세가 주택거래량을 좌우하는 효과가 발생하자 이번엔 아예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집을 계속 안사는 매매기피 현상이 심화되자 대출이자를 1~2%선까지 낮춘 공유형모기지 상품까지 내놓았다. 바로 8·28 대책이다. 제목도 ‘전월세대책’이다. 전세를 매매로 유도해 전세난을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전셋값이 집값의 80~90%에 이르는 집들이 넘쳐나면서 이참에 매매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나왔다. 특히 1%대 공유형모기지는 인터넷 신청 시작 54분 만에 5000건이 접수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진 지 오래여서 매매수요 확대는 한계가 있었다.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나온 급매물이 아니고서는 쉽게 매매로 돌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증가추세도 100일여 만에 끝이 났고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전셋값은 더 올랐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대책이 나와도 여야의 강경대치에 법안처리가 안 된다는 점이다. 취득세 면제 등 대책내용이 국회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등의 규제완화 방안은 몇 년째 국회에 가로막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부동산대책 입법처리 지연 등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이 주택시장 정상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전월세난은 서민 주거생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어느 정권에게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규제완화 대책이 나와도 매번 국회가 정쟁을 벌이느라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니 시장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도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역시나’로 바뀌면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 자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어 전세물건이 크게 부족한 반면 선호현상은 여전히 높다”며 “월세전환에 대비한 대책, 특히 집을 전세로 놓는 집주인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에 다급해진 정부는 결국 지난 3일 부동산대책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1년 새 4번째 나온 대책이다. 여기에는 1%대 공유형모기지를 3000가구에서 1만 5000가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올해 그나마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대책인 만큼 이를 통해 매매시장 분위기를 띄워보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그동안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목돈안드는전세 제도를 보완하고, 3.3㎡(1평)당 1700만 원이나 들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된 ‘행복주택’은 철도 위뿐 아니라 공공택지에도 짓는 방안이 포함됐다. 두 대책은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내놓았던 공약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준비 부족한 공약을 뒤늦게 수습하려다보니 문제가 커졌다”며 “하지만 공약이라고 무조건 고수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 정부의 지난 1년 부동산정책에 대해 ‘노력상’이라는 평점을 주고 부여하고 있다. 박원갑 위원은 “가계부채 문제나 건설·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해 정부가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4번의 대책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잘한 것은 아니지만 노력상은 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