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의원 대자보. 박은숙 기자
지난 14일 주 씨를 비롯한 200여 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고려대에 모여 “우리를 안녕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을 함께 바꿔가자”고 목소리를 냈다. 이후 이들은 1호선 시청역으로 이동해 밀양 송전탑 마을 주민 고 유한숙 씨의 추모문화제와 서울역에서 열린 철도 민영화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19일에는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을 비롯한 전국 36개 대학생들이 서울광장에서 ‘대선 1주년, 안녕하지 못한 대학생들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제 일자리, 의료 민영화, 반값 등록금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자보 신드롬이 사회적 관심을 모으자 이에 반대하는 보수 대학생들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경북대에서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반박하는 대자보가 붙어 화제를 모았고 보수 성향의 자유대학생연합은 반대 대자보를 만들기 위해 SNS에 대자보를 만들 대학생을 공개 모집했다가 대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고려대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진보 학생들이 다른 생각을 가진 학생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대자보 신드롬이 지나치게 정쟁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젊은 층들의 대자보 신드롬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7일 원혜영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의원회관에 각각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여 화제를 모았다. 원혜영 의원은 대자보를 통해 “한 젊은이의 글이 우리 모두에게 나와 이웃의 관계, 나와 사회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고 유은혜 의원은 ‘안녕들하십니까라고 묻는 아들·딸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스무 살 무렵 5월 광주의 진실 앞에서 내 아이들에게는 이런 세상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 이런 세상밖에 주지 못하는 것인지 가슴이 먹먹하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 의원은 대자보 게재 이유에 대해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근태 의원의 2주년 추모행사 준비 중이었다. 원래 행사 제목이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였는데 우연히 대학생들이 ‘안녕’을 주제로 대자보를 붙였다”며 “안녕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통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에 대한 답을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의원들의 독자적 견해 외에도 야당 측에서는 ‘안녕하십니까’ 화두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녕들 하십니까? 우리가 통상적으로 써오던 언어가 하나의 사회적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다”면서 “이는 지난 대선이 끝난 1년 동안 국민들이 모두가 안녕치 못하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당사에 붙인 ‘소자보’에 대해 “새누리당이 아직도 국민이 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글을 대자보로 써 붙이는지 정말 모르는 것 같아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대중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안녕들하십니까’ 화두로 발언하고 있는 것에 비해 새누리당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김무성 의원이 당사에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소자보는 “박근혜 정권에 더 힘쓰자”는 격려 내용이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앞으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확산 여부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아직 사회에 그렇게까지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과거 촛불시위 때도 역풍이 있지 않았느냐. 그래도 (여당 입장에서는) 예의주시해야할 부분”이라며 “사람이 일을 다 잘할 수 있겠느냐. 젊은 층이 그런 방식으로 의사 표출을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다만 민주당 쪽은 정쟁으로 삼기 위해 대자보 열풍이 더 커졌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민주당은 그런 쪽으로 편승하려하지 말고 자신들 지지율이나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민주당 대변인은 대자보 열풍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간 불통의 모습 속에서 잠재돼왔던 국민 각계각층의 요구가 이런 형태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도 제1 야당으로서 국민들의 이런 모습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민주당이 정쟁으로 삼는다는 것은 오히려 유치한 행동 아닌가. 민주당이 이용하려한다면 국민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사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