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 ||
이라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생화학무기는 아이러니하게도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처음 미국으로부터 공급받아 만들어낸 것. 그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자신들의 ‘업보’를 고스란히 돌려받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주간지 <주간 겐다이>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자폭공격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무기만 놓고 비교했을 경우 미국은 이라크에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미국은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이라크의 ‘역습’에 대한 불안감을 애써 누르고 있다.
비교조차 되지 않는 낡은 무기를 가진 이라크를 상대로 왜 ‘최첨단’ 미국은 두려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 불안감의 바탕에는 지난해 여름 미국 국방부가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4억6천만달러(약 5천5백억원)를 들여 실시한 대이라크전 극비 시뮬레이션 결과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이 당초 이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것은 승리를 확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컴퓨터가 내놓은 대답은 ‘이라크군의 압승’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국방성은 즉시 데이터를 봉쇄했고, 정보가 문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그러나 그 정보가 조금씩 밖으로 유출되면서 위와 같은 결과가 알려지게 되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주임연구원을 역임한 하마다씨는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생화학무기다. 미국이 공격을 시작하면 이라크군은 때를 보다가 생화학무기를 전투기에 싣고 일명 ‘카미카제 특공대’를 조직해 ‘자폭’에 나설 것이다. 이러한 예상을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결과 미국이 완전히 패배한다는 전율할 만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고 설명한다.
▲ 이라크 국경 근처의 쿠웨이트 사막에서 행군하고 있는미 국 해병대 병사들. 만약 이라크의 생화학 공격이 벌어진 다면 쟁의 향방은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 ||
가나가와현대학의 쓰네이시 교수의 말은 이런 두려움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탄저균 테러에서는 5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우체부였던 두 사람은 균이 들어있는 우편물 옆을 지나간 것만으로 감염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극소한 양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죽음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만약 탄저균이 도시의 큰 빌딩 위에서 뿌려진다거나, 지하철 안에 살포된다고 하면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공격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 2월5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유엔안보리 연설에서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실험시설의 위성사진과 이라크 군 최고관리의 도청 자료를 제출하며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이라크는 80년대부터 생화학무기 인체실험을 해오고 있다. 95년에는 1천6백 명의 사형수가 실험에 사용되었다.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생화학무기 이동식 실험시설의 제조를 시작했다. 또한 2002년 여름에도 이동식 실험시설을 만들었다. 이 시설은 수천 명을 살해할 수 있는 생화학무기 병원체를 1개월 안에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라크는 8천5백ℓ의 탄저균을 갖고 있다고 보고했는데, 유엔 대량살상무기사찰단(UNSCOM)은 이라크는 2만5천ℓ가 되는 탄저균도 제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최강’의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생화학무기를 이라크군은 과연 언제쯤 사용하게 될까?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 미군이 공격하게 내버려두고 시간을 충분히 기다린 후 생화학무기를 투입하는 ‘역습’을 취할 것이라고 하는 분석이 가장 우세하다.
“아무리 잔악한 후세인이라도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자국민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며, 국제 비난여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개전 초기부터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군사평론가 가미우라씨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적당한 기회를 봐서 후세인이 생화학무기를 이용해 ‘너 죽고 나 죽자’식의 자폭테러를 명령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미군에게 밀려 도주한 병사들에게 ‘반란’이라는 죄목을 씌워 생화학무기를 장착시킨 후 각 거점에 쳐들어 가 자폭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생화학무기를 탑재한 ‘알 사무드2’ 미사일을 발사해 탄저균 등을 살포한다. 이렇게 해서 자국의 도시를 생화학무기로 오염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군의 지상공격이 타격을 입게 돼 전쟁은 장기화되고 결과적으로 미국이 지고 말 것이라는 것이 가미우라씨의 ‘시나리오’다.
또한 테러리스트들을 이용한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공격’도 추측해 볼 수 있다. 손목시계에 탄저균 분말을 숨겨 들어가 거리 곳곳에서 살포한다면 미국이 ‘죽음의 나라’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생화학무기 중에 특히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은 2차 감염이 더 무서운 천연두. 천연두의 위험성은 그것이 이미 ‘잊혀졌다’는 데 있다.
쓰네이시 교수는 “1993년 세계보건기구가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한 이후 천연두 백신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만일 천연두 바이러스가 세계 각지에 살포되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다면 백신 제조는 이미 늦는다”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나운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