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982년 <환상특급> 촬영장에서 있었던 사고는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 결과 할리우드 사상 최초로 영화감독이 현장에서의 사망 문제로 법정에 오르게 된다. 그 싸움은 길고 논쟁적이었으며, 사고에 관련된 사람들 사이의 분열을 초래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당시 미국배우조합의 대변인인 마크 로처의 말처럼 “미국 영화산업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은” 이 사건 이후, 배우들은 현장에서 ‘안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스튜디오도 철저한 안전 수칙을 마련했으며, 그 결과 현장 사고는 70퍼센트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날의 그 일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비극이었고, 그 진실을 밝히는 과정도 사건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빌 코너(빅 모로)가 두 명의 베트남 아이를 구해내는 장면을 찍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1982년 7월 22일에 드라마 부분을 찍은 존 랜디스 감독은, 다음날에 헬리콥터와 거대 폭파 특수효과가 동원되는 스펙터클 장면을 찍을 예정이었다. 마이카 딘 레(7)와 레니 신이 첸(6)은 7월 23일 밤에 현장에 다시 나왔다. 마이카는 아빠인 다니엘 레와, 레니는 엄마인 시안 후에이를 동반한 상태였다. 사고의 조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밤 9시 30분. 빅 모로가 두 아이를 양쪽 팔 안쪽에 끼고 물로 뛰어들어 달려가는 장면의 리허설을 했다. 이때 폭파 특수효과로 물이 튀며 큰 소리가 나자 레니는 울기 시작했다. 이에 엄마 시안 후에이는 제작자인 조지 폴시에게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폴시는 “그냥 소리만 큰 것일 뿐, 절대 위험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존 랜디스 감독은 여섯 살 된 여자 아이인 레니를 진정시켰고, 잠시 휴식이 있었다.
본격적인 촬영이 이어졌다. 첫 장면은 헬기가 아래로 조명을 비추며, 인디안 듄 파크에 세트로 지은 베트남 마을 쪽으로 다가가는 광경이었다. 특수효과 스태프들은 공포탄을 쏘고 폭파를 하며 전쟁터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때 화염이 헬기 쪽으로 향했고, 헬기 조종석 앞 쪽으로 물이 튀어 시야를 가리기도 했다. 조종사인 도씨 윙고는 시야 확보를 위해 조종석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곧 거두어야 했다. 열기가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은 사람은 현장에 소방 안전 요원으로 파견되어 있던 리처드 에벤테우어였다. 상관에게 상황을 이야기하자, 보고 체계를 통해 제작진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설명하라는 대답이 왔다. 에벤테우어는 세트에서 소리쳤다. “지금 당장 헬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고요!” 이후 법정에서 그는, 당시는 어떤 보고 체계 같은 것이 작동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촬영 현장은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공포스러웠다고 전해졌다.
조종사인 윙고는 제작 관리를 맡은 댄 앨링햄과 존 랜디스 감독에게, 헬기 가까운 곳에서 폭발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존 랜디스 감독은 헬기가 7.5미터 정도 상공에 떠 있고, 그 아래에 빅 모로와 두 아이가 물을 헤치고 가는 장면을 담아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 대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겁을 낸다”며 웃었다. 한편 이때 프로듀서인 조지 폴시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 트레일러로 가 부모들을 만나, 혹시 안전요원이 아이들에 대해 물으면 출연할 배우라고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프로듀서와 친구여서,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 구경을 온 것뿐이라고 둘러대라고 했다. 아동 노동법에 걸려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심야 노동에 위험한 상황 촬영이었다).
드디어 촬영에 들어갔다. 빅 모로의 무릎 정도 깊이의 물이었다. 그는 두 아이를 양쪽에 끼고 달렸다. 뒤에선 미군이 쫓아오고, 빅 모로는 아이들을 구출하려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기저기서 폭발 효과가 시작되었다. 새벽 2시 20분. 깊은 밤이었으나 특수효과로 인한 열기로 현장은 매우 뜨거웠다. 몇몇 스태프들은 용접용 마스크를 쓰고 있을 정도였고, 마이카의 아버지는 이후 그날의 광경은 자신이 베트남에서 실제로 겪었던 전쟁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공포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이때 헬기를 조종하던 윙고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걸 직감했다. 제작 관리를 맡은 앨링햄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상에선 헬기의 상황을 모르고 계속 폭탄 효과를 내고 있었고, 꼬리 부분의 회전 날개에 타격을 입은 헬기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 결과 빅 모로와 마이카는 머리 부분이 회전 날개에 잘려나갔고, 레니는 헬기 동체에 깔렸다.
영화 <환상특급>의 존 랜디스 감독.
존 랜디스 감독은 황급히 촬영을 중지시켰고, 각자의 장비를 자리에 두고 모두 귀가할 것을 명령했다. 사고 광경을 목격한 후 레니의 엄마와 마이카의 아버지는 기절했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며칠 후 장례식들이 있었다. 빅 모로의 장례식에서 프로듀서 조지 폴시는 추모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유족은 반대했다. 그러자 그는 저널을 통해 “그래도 위안이 있다면 영화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연기는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마지막 선물”이라는 멘트를 했고, 존 랜디스 감독은 “비극은 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하다. 빅 모로, 그는 영원히 살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의 책임자들이 자기 방어적인 황당한 말들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마이카와 레니의 장례식장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유족들의 빈축을 샀다.
이후 유족들의 소송이 이어졌고, 수백만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금액의 합의가 있었다. 그리고 1983년부터 1987년까지 형사 재판이 이어졌다. 두 명의 검사와 수십 명의 증인이 동원된 이 재판은 길고 지루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법적 과정이었다. 첫 번째 검사는 게리 케슬먼. 감독인 존 랜디스, 프로듀서인 조지 폴시, 제작 관리를 맡은 프로덕션 매니저 댄 앨링햄, 특수효과 책임자 폴 스튜어트 그리고 헬기 조종사인 도씨 윙고, 총 다섯 명이 피고인이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