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시후, 고영욱.
배우 박시후가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건 올해 2월이다. 20대 여성과 술자리 뒤 잠자리를 가졌다는 게 박시후의 주장이지만 상대 여성은 그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게 고소인 A 씨의 주장이었다. 사건이 휘말리기 직전까지 박시후는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보여준 반듯한 이미지로 절정의 인기를 얻는 중이었다. 또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흥행 덕에 활발한 활동도 예고하던 때였다.
성폭행 피소 사실이 알려진 뒤엔 나락으로 떨어졌다. 박시후는 “합의 하에 관계를 가졌다”고 맞서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A 씨와의 법적 공방이 가열될수록 양측의 치부는 속속 세상에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박시후와 A 씨, 또 다른 지인 B 씨 등은 한데 얽혀 무고, 공갈미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에 고소를 거듭했다.
서로 주고받은 개인적인 문자 메시지의 내용까지도 적나라하게 공개될 정도로 극단으로 치닫던 양측의 대립은 5월 초 A 씨가 돌연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를 두고 ‘박시후가 거액을 건네고 합의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지만 박시후는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시후가 모습을 드러낸 건 7월. 미국에서 화보를 촬영 중인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그 후 박시후가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7월 중순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사건으로 받은 정신적인 고통이 상당하다는 내용과 함께 팬들에 대한 사죄의 뜻도 담았다. 그는 편지에서 “사건 이후 가족과 친지, 가까운 지인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었고 제 얼굴을 아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제 욕을 하는 것만 같아 두려웠다”고 밝혔다.
편지를 공개한 뒤 박시후는 공백 대신 복귀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가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은 일본이다. 박시후는 11월 말 도쿄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그동안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의 대본과 의상, 착용한 액세서리 등을 전시했고 그가 직접 찍은 일상적인 사진들도 함께 공개했다. 박시후는 전시회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지만 영상을 통해 근황을 알리고 곧 연기활동에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미친 충격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해외 시장에서부터 차근차근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전략. 실제로 박시후는 내년 초 연기자로 복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보다 중국이나 일본이 활동 재개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측 영화와 드라마 출연 제의를 꾸준히 받아온 만큼 ‘워밍업’ 차원에서 현지에서의 활동을 먼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미성년자 성추행 고영욱…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의 방송인 고영욱은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올해 1월 23일 사건 접수로 시작돼 11개월 동안 계속된 고영욱의 성범죄 재판이 이번 선고를 통해 마무리된다.
고영욱은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자신의 승용차와 오피스텔 등지에서 미성년자 3명을 총 네 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다. 9월에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2년6개월의 실형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년을 선고받았다. 연예인의 성범죄로는 최고 수준의 형벌. 현재 그는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고영욱의 성범죄는 연예계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한 차례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다시 범죄를 시도해 가중 처벌도 피할 수 없었다. 지상파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인기를 모았던 방송인이 일으킨 범죄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 수법 역시 충격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거리에서 귀가 중이던 여중생 C 양(당시 13세)에게 자신을 음악 프로듀서라고 소개하고 차에 태운 뒤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영욱은 혐의를 받을 때부터 줄곧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불복해 항소에 이어 상고까지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연예인으로 고영욱의 생명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단순 스캔들이 아닌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였다는 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 여성 연예인 성매매…
그 와중에 이른바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포함된 성매매 리스트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자극적인 내용이다 보니 그 유포 속도는 여느 때보다 빨랐다. 소문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자 ‘증권가 정보지’에서 거론된 여자 연예인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배우 이다해가 먼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방송인 조혜련, 가수 신지와 솔비, 연기자 황수정 성현아 권민중 장미인애까지 포함된 모든 연예인이 강경한 대처에 나섰다.
엉뚱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처음부터 검찰은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 역시 성과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수사당국의 의견. 올해 부쩍 많아진 연예계의 각종 스캔들 속에서 검찰이 실체 없는 섹스 스캔들을 만든 꼴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래저래 씁쓸한 2013년 연예계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