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25일 아들 수연씨 결혼식에서 하객을 맞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 부부. | ||
지난해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법률 고문을 맡았던 핵심측근 서정우 변호사가 지난 8일 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되면서 이 전 총재의 옥인동 자택은 초긴장상태로 들어갔다.
12월 초부터 두문불출하던 한씨는 지난 11일 자택 근처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의 숲을 뚫고 이 전 총재와 함께 서울 강남의 한 한의원에 들렀다. 그리고 다음날 시어머니 김사순 여사가 사는 명륜동 집으로 문안인사를 다녀온 이후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한씨의 측근들에 따르면 안부를 묻는 전화만 간간이 올 뿐 한씨를 찾는 방문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부인 이선화씨는 그 몇 안 되는 방문객 중 한 명. 며칠 전 한인옥씨 위로차 ‘옥인동’에 다녀왔다. 이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모님(한씨)은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그냥 잠자코 웃기만 하셨다”며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허리가 많이 아픈 듯했다”고 전했다. 한씨가 현재 긴박하게 돌아가는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으며, 지난 대선 때 함께 부산 등 영남권 유세를 다녔던 추억만 얘기하다 돌아왔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경기여고 동창모임인 ‘경운회’ 김찬숙 회장도 “한 동문에게 며칠 전 전화했지만 그저 안부만 묻고 끊었다”며 “요즘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현재 한씨는 허리 통증으로 고생이 심하다고 한다. 한씨의 비서인 이아무개씨는 “사모님은 허리 때문에 잘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올 봄에 뒷산으로 등산을 갔다가 허리를 ‘삐긋’했는데, 미국에 왔다갔다 하시느라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연세가 있어서 그런지 최근 두 달 동안은 집에 계실 때 거의 누워서 지내셨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기자들의 숲’을 뚫고 한의원에 갔던 것도 허리 통증 때문에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이처럼 건강 상태가 안 좋은 데다 ‘불미스러운’ 일까지 터져나와서인지 한씨는 최근 들어 방문객들에게 좀처럼 얼굴을 비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이 전 총재로부터 ‘잠시 들러 달라’는 갑작스런 요청을 받고 옥인동을 다녀온 김문수 의원은 “내가 갔을 때 사모님은 얼굴도 안 비쳤다”고 전했다. 평소 집에 온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했던 한씨가 요즘엔 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씨는 최근 들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씨의 한 측근은 “요즘 들어 사모님은 식사도 잘 못한다”며 “주로 죽을 드시든지 아니면 굶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외출도 거의 삼가고 있다. 서정우 변호사가 긴급체포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 여사는 매주 성당에 나가거나 외부에서 지인들을 만났다. 지난 11월 말에는 허리통증에도 불구하고 선대본 업무지원팀장이었던 이흥주 특보의 개인 사무실 개소식에도 참석하는 등 외부행사에 가끔씩은 얼굴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재는 옥인동을 둘러싼 ‘추위’에 발걸음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이 전 총재의 이채관 비서는 “11월 말까지만 해도 성북동성당이나 혜화동성당, 명동성당 등에 나갔으나 12월 들어서는 성당에도 일절 못 나가고 있다. 사모님은 친구들과도 전혀 만나지 않고 있으며, 가끔 경기여고 동창생들로부터 걸려오는 안부전화만 받고 있다. 연말 모임을 알리는 연락이 오지만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경운회’의 송년 모임이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렸지만, 경기여고 44회 이사를 맡고 있는 한씨는 불참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하기는 당사자인 이 전 총재가 더한 듯하다. 이 전 총재가 최근까지 집안에서만 머물다보니 아침운동을 못한 데다 대선자금 문제로 신경을 많이 쓰는 바람에 변비에 걸렸다는 것. 그래서 지난 11일 부인 한씨와 한의원에 갔을 때 변비 해소에 좋은 한방차를 몇 첩 지어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