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수 가면 쓰고 버젓이 사회로…
2005년 강간 등의 상해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8년 가석방으로 풀려난 김 아무개 씨(34)도 처음에는 열심히 사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결국 2011년 여름밤 사고가 터졌다. 김 씨는 “아프다”며 처남의 여자친구를 문자메시지로 유인해 주먹과 발로 폭행하는가 하면 “반항하면 죽인다”고 협박해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범행 후에도 김 씨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변사람들을 경악시켰다.
2012년 강도강간, 강간상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8년에 정보공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이 선고된 김 아무개 씨(53) 역시 동종범죄 전과자였다. 그해 김 씨는 7월 해수욕장에서 산책하던 30대 여성을 인근 수풀로 끌고 가 마구 때리고 수차례 성폭행한 뒤 카메라로 얼굴 등을 촬영해 경찰에 붙잡혔다. 27년 전과 똑같은 수법이었다. 당시 김 씨는 25세의 나이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005년 2월 모범수로 선정돼 특별감형을 받고 가석방됐다. 그러나 불과 7년 만에 김 씨는 또 다시 재소자 신분이 됐다.
이처럼 가석방을 받고도 범죄자로 돌아오는 이유에 대해 한국범죄심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균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교수는 “가석방 심사과정에서 자신을 포장하는 재소자들이 있다. 보통 범죄자들을 ‘만성적인 거짓말쟁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한층 그 능력이 뛰어나다. 오로지 가석방을 위해 모범수로 보이려 거짓된 행동과 말만 하니 제대로 교화가 되겠느냐. 이 상태에서 가석방으로 사회에 나오면 만기출소자에 비해 재범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석방으로 풀려날 경우 만기출소자에 비해 형량에 대한 인식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했다. 김 교수는 “아무래도 가석방으로 사회에 나온 사람들은 만기출소자에 비해 처벌에 대한 수용인식이 다르다. 형기를 채우지 않았으니 처벌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이는 곧 재범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된다”며 “충분한 교화와 엄격한 가석방 심사가 필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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