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맞은 편에 위치한 서울스퀘어. 과거 대우그룹의 구사옥이 모건스탠리에 넘어가 리모델링된 것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대우건설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 100% 지분을 보유한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은 감리를 통해 대우건설의 회계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우건설을 소유·감독하고 있는 산업은행에도 연대책임을 물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분식회계 의혹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4대강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8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아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지난 12월 30일에는 대우 임직원 3명이 인천 가천대길병원 공사 과정에서 하청 건설업체 대표에게 수십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대우건설.
내부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매각도 몇 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5년여 만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인수에 나서는 곳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스네프트사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주식 31.46%를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나선 것.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해외매각이 될 경우엔 방산업체인 대우조선의 기밀과 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과 쌍용, 대우자동차 등에서 보았듯이 대량 해고가 수반되기 때문에 단호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과거 대우그룹의 사옥이었던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 역시 대우그룹의 시련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대우빌딩은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해 서울에 첫 발을 딛는 사람이 가장 먼저 접했던 빌딩이다. 지상 23층의 대우빌딩은 1970~1980년대 서울의 상징하는 건물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빌딩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넘어갔다. 인수 과정에서 대우빌딩을 절대 매각하지 않겠다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개월 만에 대우빌딩을 외국계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에 9600억 원에 넘기며 차액을 남겼다. 그러나 그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일부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모건스탠리 역시 대우빌딩을 인수한 후 1000억 원을 들여 1년여 동안 리모델링을 하고 이름도 서울스퀘어로 바꿔 재개장했지만, 입주하는 기업이 적어 매년 손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옛 명성 사라졌지만 ‘이름값’은 하네…
어려움 속에서도 동부대우전자는 가전제품 분야에서 위치를 꾸준히 지켰고, 매각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동부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동부그룹이 지난 11월 3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그룹 전자 분야의 한 축이었던 동부하이텍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자 분야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레 동부대우전자로 쏠리게 됐다. 동부대우전자의 그룹 내 위상은 사옥 위치에서 알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올 상반기 중 서울 대치동의 동부금융센터 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동부화재, 동부제철, 동부익스프레스 등이 입주해 있는 동부금융센터는 그룹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전자분야는 부품사업인 반도체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가전과 로봇, 발광다이오드(LED), 정보기술 등 세트사업 중심으로 기업·소비자 간 거래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종류를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에어컨과 TV 사업에도 진출해 종합가전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기업들이 전부 불명예스러운 일에 휩싸이는 상황에서 옛 대우전자만 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옛 대우전자의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시장을 확고히 점유하고 있는 만큼 과거 가전제품 시장을 3등분했던 전성기의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소형 가전과 실속형 제품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