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을 앞둔 최태원 회장의 갑오년 신년이 불안하다. 부인 노소영 관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대주주를 비롯해 특수관계인의 경우 지분 변동이 생기면 즉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노 관장의 지분 매각과 SK의 뒤늦은 공시가 공시의무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다만 1% 미만일 경우 의무고지사항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SK그룹 관계자는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한 것이기에 회사에서 알 도리가 없다”면서 “본인이 회사에 알려야 하는데 경영인이 아니기에 이를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불과 0.04%의 지분밖에 안 되지만 노 관장의 지분 매각은 여러모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첫째, SK(주)가 SK그룹 지주회사라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은 SK(주)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SK(주)의 최대주주는 31.82%를 보유하고 있는 SK C&C이고 최태원 회장은 고작 1만 주(0.02%)만 보유하고 있지만 최 회장은 SK C&C의 최대주주(38.00%)다.
노소영 관장
셋째, 매각 시기가 묘하다. 지난해 4월이면 최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후 항소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때였다. 남편이 구속돼 있는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에서 부인은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몽땅 팔아버린 것이다. 주식 매각 대금 27억 원가량의 용처에 대해서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SK 관계자는 “재판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는 상태에서 특수관계인들의 움직임이 부산해 대응하기 곤란하다”며 “전부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지 회사와는 관계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최태원-최재원 형제에게 죄가 없다고 항변하던 지난 12월 2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 원을 구형받았다. 지난해 9월 26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할 때 보였던 희망이 무색해진 것. 재계 총수에 대한 법의 심판이 엄격해졌다는 방증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최태원 회장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최재원 부회장마저 2심에서는 유죄를 받은 상태다. 아무리 무죄를 강조하고 선처를 호소해도 재판부가 꿈쩍은커녕 오히려 최 회장 측을 호되게 질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최태원 회장의 올 겨울 기상도, ‘강추위에 잔뜩 흐림’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분가 의지 어필하시나’
최신원 SKC 회장
최 회장은 지난 12월 30일 SKC 주식 6000주를 매입했다. 또 지난 2일과 3일 이틀 연속 각각 3200주, 33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최 회장의 SKC 지분은 어느새 1.79%까지 올라 개인으로는 최대주주에 올랐다. SKC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SK(주)로, 42.50%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또 SK네트웍스 주식도 꾸준히 매입, 지난 12월 30일 3만 8500주를 다시 사들이며 지분율을 0.32%까지 올렸다. 최신원 회장의 주식 매입은 SK그룹의 계열분리와 관련해 늘 큰 관심사다. 물론 지분율 차이가 워낙 커 지분만으로는 계열분리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지분 매입으로 계속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의 SK 계열사 지분 매입은 한편으로는 노소영 관장의 지분 매각과 맞물려 구속 상태인 최태원 회장의 주변을 어지럽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친인척들의 주식 거래가 분주해지고 이것이 회자되는 것은 최 회장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