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스타 맨타이 테오(왼쪽)와 그가 온라인 상에서 교제한 여자친구라는 리네이 케쿠아. 케쿠아는 테오의 남성팬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다.
그런데 2013년 1월, 스포츠 블로그인 ‘데드스핀’의 티모시 버크와 잭 디키 기자 앞으로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스탠퍼드 출신으로 테오의 연인이었고 자동차 사고 이후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리네이 케쿠아라는 여성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취재에 나선 두 기자는 1월 16일에 블로그에 기사를 띄웠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리네이 케쿠아는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도 그녀를 본 사람이 없다는 점. 두 번째, 이 황당한 상황엔 로나이아 투이아소소포라는 남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 기사가 나오자 노트르담대학은 공식 성명을 냈다. 맨타이 테오는 희생양이며, 투이아소소포라는 남자는 가짜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접근했고, 그렇게 친해진 후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으며, 가짜로 백혈병 환자인 척했다는 것이다. 대학의 스포츠 부서를 관장하는 잭 스워브릭 감독은 대학에서 사설탐정을 고용했다며, 테오와 케쿠아는 전적으로 온라인에서만 관계를 맺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사람들은 동요했다. 테오는 케쿠아가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 단 둘이 만났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테오는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 했다. 그는 처음엔 진짜로 리네이 케쿠아라는 여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진짜로 투병중이라고 생각했고, 2012년 9월 11일에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개월 후인 12월 6일 어떤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리네이 케쿠아의 사촌이라며 테오와 사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리네이 케쿠아는 백혈병도 아니며 죽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테오는 엄청난 분노와 혼란에 휩싸였다. 테오가 그 전말을 알게 된 건 12월 26일이었다.
여성으로 가장해 테오에게 접근한 투이아소소포 .
그렇다면 로나이아 투이아소소포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알고 보니 그는 사기극을 벌이기 전, 팬으로서 테오와 몇 년 동안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온 사이였다. 2012년 노트르담대학과 USC의 경기가 있었을 땐 만난 적도 있었다(물론 이때 테오는 그가 자신의 여자친구인 리네이 케쿠아의 배후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런 일을 꾸몄을까? 심리학자인 필 맥그로가 진행하는 <닥터 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투이아소소포는 모든 걸 털어놓았다. 그는 맨타이 테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런 일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을 가장할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J.R 바오사와 셀레스테 투이오티-마리너라는 남자는 언론에 자신도 투이아소소포에게 당했다고 제보했다. 온라인을 통해 리네이 케쿠아라는 이름의 모델과 교제를 시작했는데,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나가면 항상 투이아소소포가 나와 있었다는 것이다.
비뚤어진 팬심이 만들어낸 사기극에 휘말린 어느 스포츠 스타는 한때 미담의 주인공이 되었고 끝까지 거짓을 감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모든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면서 맨타이 테오의 사례는 SNS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셀러브리티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테러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2010년에 나온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환기되었다. 온라인 교제를 통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데이트 상대를 기만한 여성을 소재로 한 <캣피쉬>는 마치 테오의 사건을 예견한 듯한 작품. 그리고 3년 후에 <캣피쉬> 같은 악몽이 현실화된 것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