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시대가 왔다. TV나 인터넷 수신은 물론이고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의 기능까지 휴대폰 하나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가 성행해 자칫 사회적인 문제거리가 될 소지도 없지 않다.
기존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는 여관이나 화장실 등 한정된 공간에서만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휴대폰을 개조한 ‘폰카메라’의 경우 지하철 등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목욕탕, 사우나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사건 하나.
가정주부 이아무개씨(31)는 며칠 전까지 협박에 시달려 왔다. 내연남인 이아무개씨(34)가 몰래 찍어놓은 성행위 장면을 미끼로 거액을 요구해 온 때문이다. 이씨는 남편이 알까 두려워 시키는 대로 돈을 건네줬다.
그동안 이씨에게 갖다 바친 돈만 4천여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의 욕심은 그치지 않았다. 나중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요구해와 결국 이씨를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내연남 이씨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성행위 장면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폰카메라’(휴대폰+카메라)를 이용한 몰카가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지만 실제 범행에 이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충격적이다.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조사 결과 이씨는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피해 여성을 24시간 동안 납치까지 했다”며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이 범행에까지 사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휴대폰 카메라의 기능이 전혀 다른 범행에 악용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7백50만 명 정도가 폰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판매율이 크게 늘고 있어 추정치는 무의미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
최근에는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캠코더 폰’까지 등장했다. 이 제품의 경우 일거수 일투족을 동영상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적지 않은 폐해가 예상된다. 현재 시중에는 20초에서 20분까지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사정이 이렇자 일선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경우 ‘폰카메라 비상령’이 떨어졌다. 폰카메라를 이용해 여교사의 치마속을 훔쳐보는 학생들까지 등장한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A중학교의 경우 아예 아침조회 시간에 학생들의 휴대폰을 모두 수거했다가 수업이 끝난 후 본인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2학년 학생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훔쳐보다 발각되는 바람에 여교사들이 치마 입기를 꺼리고 있다”며 “휴대폰 카메라의 경우 유포됐을 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동호회까지 등장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폰카메라를 입력하고 클릭하면 수십개의 관련 카페가 펼쳐진다. 이들은 이곳을 통해 폰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거나 때로는 돈을 받고 팔기도 한다.
실제 D 포털사이트의 P카페를 들어가 보면 회원수만 해도 무려 9천 명이 넘는다. 특히 이 사이트 자료실에는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여성의 사진에서부터 계단을 오르는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촬영한 사진 등이 아무런 제재 없이 올라와 있다.
인터넷 유료 성인 사이트의 경우는 더하다. ‘휴대폰 몰카 자위’ 등 자극적인 제목을 앞세워 네티즌들을 유혹한다. 일부 사이트의 경우 아예 연예인들의 실명까지 내걸며 ‘섹티즌 몰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촬영 현장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휴대폰카메라의 경우 ‘찰칵’ 소리가 나지 않는 무음 기능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김철환 부장은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주사용층인 10대 청소년들이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무음 기능을 삭제하거나 촬영시 법적 경고를 내보내는 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