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할머니는 “하루는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더라. 치매예방을 위해 너무 신경 쓰는 것도 오히려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 마음을 편히 가지려 하지만 말처럼 잘 되진 않는다. 어제 밤에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대로 데려가 달라’로 빌었다. 남은 생 건강히 살다 죽었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시골에 사는 노인들의 ‘치매공포증’은 한층 더 심각하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시골 노인들은 치매에 좋다는 게 있으면 검증보다 몸이 먼저 앞선다. 이런 점을 노리고 온갖 상술이 판을 치고 있는데 일부 병원까지도 ‘치매예방’을 내걸고 주사나 약을 판매하고 있다.
경북 성주군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박 아무개 할아버지(82)도 지난해 여름 노인정에서 “치매를 예방하는 주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시내의 한 병원을 찾았다. 박 할아버지는 “의사선생님이 10번 주사를 맞으면 머리가 깨끗해지고 혈관도 넓어져서 치매예방에 좋다고 했다. 노인정 사람들을 보니 안 맞는 사람이 없어 나도 50만 원을 내고 한 달에 두 번씩 맞았다”며 “약도 추천해줘서 지금도 매일 챙겨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치매예방 주사나 약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황의완 박사는 “일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치매예방 주사나 약은 아직까지 그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대부분은 일반 혈액순환 개선제인데 오남용의 경우 오히려 어지럼증, 두통, 신경과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치매에 관련해서는 발병 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법이 전부인 상태다. 평상시의 올바른 생활습관이 최고의 치매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