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왼쪽)와 신동엽이 케이블·종편에서 활약하는 등 2014년 예능MC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김병만(SBS)과 김준호(KBS) 그리고 가수와 배우들로 출연진을 꾸린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MBC)에 각각 돌아갔다. 대적할 만한 경쟁자가 없던 탓에 한동안 연말 연예대상을 ‘독식’해왔던 유재석과 강호동이 왕좌에서 내려온 셈이다. 방송 및 연예 관계자들은 이번 수상 결과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사실을 목격했다.
현재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KBS 2TV <해피투게더3>를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청률은 신통치 않다. <해피투게더3>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나마 <무한도전>과 ‘런닝맨’은 10% 초반대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강호동도 비슷하다. 2011년 9월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가 2년 만에 돌아와 다시 맡은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매회 13~14%의 시청률을 오간다. 야심차게 나서 진행을 맡은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시청률은 매회 8% 안팎에 머문다. 한때 <무릎팍 도사>, <강심장> 등의 20%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는 성적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정체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연예대상을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하기 시작한 김준호와 김병만이 대표적인 스타들. 김준호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간판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얼마 전 ‘1박2일’에 합류했다. 김병만 역시 SBS <정글의 법칙>에 이어 무술에 도전하는 <주먹 쥐고 소림사> 진행을 새로 맡는다.
SBS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각각의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방송인들을 찾다보니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얼굴이 필요한 게 제작 현실”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부침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신동엽과 김구라도 차츰 파워를 과시하며 방송가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유재석(왼쪽)과 강호동. 양강구도를 유지했던 이들은 현재 주춤한 상태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정체는 이들이 지닌 실력과 무관한 ‘외부 요인’의 영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상파에 집중해있던 방송 환경이 최근에는 케이블·위성채널(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으로 분산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이에 힘입어 지상파 못지않은 경쟁력 강한 콘텐츠로 무장한 프로그램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러 채널을 넘나들며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방송인의 등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지금까지 지상파 출연을 고집하는 상황. 그동안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제작진과의 협업 등 여러 이유가 맞물려 나온 활동 방식이지만, 여러 채널에서 활동하는 스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여러 채널에 적절히 녹아들면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신동엽은 올해 예능계를 대표하는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선정적인 소재까지도 별다른 제약 없이 꺼낼 수 있는 케이블과 종편의 제작 분위기에 힘입어 신동엽은 자신의 최대 강점인 ‘19금 개그’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상파 프로그램인 KBS 2TV <안녕하세요>를 진행할 때는 안정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지난해 불거진 김용만과 이수근 등 개그맨들이 연루된 불법 도박 사건의 여파 역시 방송가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물론 유재석과 강호동은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지만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방송가의 변화에 휩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방송 관계자는 “탁재훈, 붐 등 이른바 예능 중심의 스타들이 도박 사건으로 동시에 자리를 비우면서 전체 예능 판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유재석과 강호동 역시 새로운 환경에서의 모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송인 김구라의 급부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이슈의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과 해박한 지식까지 갖춘 그는 친화력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는 유재석, 강호동과는 차별화된 매력으로 2014년 예능의 춘추전국시대를 이끌어갈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SBS, KBS에서 각각 연예대상을 차지한 김병만(왼쪽)과 김준호.
유재석과 강호동의 생명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은 폭넓은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각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을 당분간 이끌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안주’할 수 없는 게 이들의 현실. 최근 변화 주기가 더욱 빨라진 예능 트렌드에 맞춰 새 도전에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강호동은 올해 여러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기 토크쇼 <강심장>을 함께했던 SBS 박상혁 PD와 새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호동은 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동료들의 수상을 축하했다. 이를 두고 그의 MBC 컴백이 조만간 공식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편 방송가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새 얼굴 찾기 움직임도 분주하다. 유재석, 강호동의 사례에서 증명됐듯이 방송가에서 스타 한 명이 배출될 경우 그 생명력은 10년 가까이 지속되기 때문.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KBS 아나운서 출신의 전현무다. 진행 솜씨는 물론 재치 있는 예능 스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