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런데 김한길 대표는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것에 대해선 다른 분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흘 뒤 김 대표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2, 3등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 양쪽에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안철수 신당과의) 경쟁적 동지 관계를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는 좀 더 국민의 뜻을 살펴봐야 한다”며 사실상 연대 추진 의사를 밝혔다.
당 중진인 정세균 의원 역시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쪽은 지난 대선을 통해 정책의 차이를 거의 확인하기 어려웠다. 공식적인 정책합의문까지 남아 있다. 지금 연합의 경험을 축적해 나가도 모자라는데 판을 깨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정말 걱정된다”며 야권 연대를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기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 측은 단호한 입장이다. 안철수 신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의 금태섭 대변인은 “(민주당이) 왜 2~3등 싸움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1등을 하려고 한다”면서 “야당끼리 경쟁하는 것을 놓고 2~3등 싸움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금 대변인은 민주당과의 대결이 새누리당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순히 지금 모습 그대로 합치면 야권이 이길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 역시 16일 “승리를 목적으로 정당 간 연대를 하거나 단일 후보를 내는 것을 국민들이 정치적 거래와 구태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우리같이 새정치를 표방하는 새로운 세력이 구태정치로 인식되는 것은 할 수가 없다. 우리의 상징성이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나.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야권연대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안 의원 측의 신당 창당 작업과 맞물려 이해하고 있다. 이재광 정치컨설트는 “안 의원이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연대설이 불거지면 인재 영입에 걸림돌을 빚을 수 있다. 독자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에 누가 들어오려 하겠느냐. 또 안철수 지지자 중에선 민주당에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다. 안 의원으로선 민주당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안 의원 측이 지난 2012년 대선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과의 연대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정치 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민주당이 제시한 헤게모니 구도에 휘말린 게 단일화 패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안 의원으로선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야권 연대 논의에 발을 들여놓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 의원 측 내부에서도 ‘출구전략’을 마련해놔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강경하게 반대를 고수하다가 나중에 연대가 성사될 경우 여론의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거 패배 책임을 ‘덤터기’ 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