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장관.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부산에서 경남고와 부산고는 명문 양대산맥으로 통하며 경쟁이 치열했다. 서로의 방향으로 오줌도 안 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평준화되고는 좀 줄었지만, 비평준화 시절 두 학교는 으르렁거리며 서로 부산의 1등 학교라 칭했다.
지난해 대선전에서 두 학교는 또 맞붙었다. 경남고 출신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부산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야권 후보 자리를 두고서다. 문 후보가 양보를 받아 이긴 모양새지만 부산고에선 “통 크게 양보했다. 형님의 미덕”이라며 추켜세웠다.
지난해 대선전에서 두 학교는 서로 똘똘 뭉쳤다. 출신고가 배출한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크고 작은 동문 모임이 풀가동됐다고 한다. 비평준화 이후 다소 주춤했던 동문회와 동창회도 활성화됐다는 후문이다. 비평준화 후배들까지 대거 모임에 가입하며 세를 불렸다. 그러다 이번에 오거돈 영입설이 터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경남고의 오 전 장관이 부산고의 안 의원 품에 안길 수 없다. 그래서인지 오 전 장관은 공·사석을 불문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당에도 입당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안 의원과의 교감설에 대해선 “만난 적은 있지만 영입 이야기는 없었다”고 발을 빼고 있다. 확대해석을 삼가 달라고 신신당부한다.
물론 출신 고교 자존심 싸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선, 그를 위한 정치적 입지다. 부산 정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두 차례나 출마했던 오 전 장관으로선 워낙 민주당 이미지가 강하다”며 “하지만 부산에서 야권 후보로 나오려면 차라리 무소속이 낫다. ‘새누리당 외’ 모든 세력을 합쳐야 이긴다면 민주당도, 안철수도 대안이 아니다. 야권 전체의 동의를 구해 무소속으로 나온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오 전 장관이 ‘무소속 연대’를 역설하는 이유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