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씨가 지난 4월28일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출두 해 진술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 재산의 전부라고 밝힌 전두환씨의 법정 진술이 화제다. 이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은 전두환씨를 가리켜 ‘거지왕’이란 닉네임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97년 불법비자금사건으로 추징금 2천2백4억원을 선고받은 전씨는 이중 1천8백92억원을 아직도 내지 않고 있다.
“측근과 자식들이 추징금은 왜 안 내주나.”
“그 사람들도 겨우 생활하는 정도라 추징금 낼 돈은 없다.”
지난달 28일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산명시 심리재판에 참석했던 전씨와 담당판사가 벌인 설전 중 한 대목이다.
그러나 “겨우 생활하는 정도”라는 전씨의 말과는 달리 전씨 직계가족은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우선 (주)시공사, (주)리브로 등 출판업체와 도서유통판매업체 등을 10년여 전부터 운영해 온 전씨의 장남 재국씨 소유 재산만 해도 부채를 감안하더라도 1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전씨의 큰며느리 정도경씨 소유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전씨의 손자, 손녀 명의의 부동산도 최소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 재산이 29만1천원에 불과하다는 전씨의 항변이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직계가족의 막대한 재산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세민’ 전두환씨를 제외한, 그 직계가족들의 재산 보유 현황을 추적했다.
전두환씨 일가의 재산을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직계가족의 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씨와 부인 이순자씨는 슬하에 3남1녀를 뒀다. 85년 정도경씨와 결혼한 장남 재국씨는 1남1녀를 뒀고, 전씨의 장녀 효선씨 역시 남편 윤상현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뒀다.
차남 재용씨는 박태준 전 총리의 4녀 박경아씨와 88년 혼인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고, 92년 현재의 부인 최정애씨와 재혼해 슬하에 2남을 뒀다.
삼남 재만씨는 대한제분 회장 이희상씨의 장녀 윤혜씨와 지난 95년 결혼했다.
<일요신문>은 2001년 5월, 467호와 468호 두 차례에 걸쳐 전두환씨의 손자, 손녀가 각각 보유한 10억원대 부동산에 얽힌 의문점을 보도한 바 있다. 또한 470호에는 전재국씨의 사업 확장의 비밀에 대한 추적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수천억원대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던 전씨와는 별개로 미성년자에 불과했던 전씨의 손자, 손녀에게 외증조부로부터 ‘유증’(유언을 통한 증여)이 이뤄졌다는 점이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당시 전씨측에서는 ‘유증을 받으면서 증여세 완납 등 적법절차를 통해 보유했다’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전씨가 1천9백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돈이 없어’ 미납하고 있는 반면 그의 어린 손자, 손녀들은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2003년 5월 현재, 전씨 직계 가족들은 대체 얼마나 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을까.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현재 전씨 부부와 삼남 재만씨(32)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서대문구 연희동 95-4번지 안채를 보유하고 있다. 연희동 사택은 시가 10억원대에 이르는 고급주택이다.
전씨의 장남 재국씨(43)는 (주)시공사 건물이 들어서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28-1번지(약 1백5평)와 (주)뫼비우스가 입주해 있는 1628-3번지(1백 평), 그리고 인근 1628-10번지(1백28평)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다.
1628-1번지 토지와 건물은 지난 91년 2월, 백담사에서 돌아온 아버지 전씨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다.
1628-1번지와 바로 옆 1628-2번지(토지는 차남 재용씨 소유)에 걸쳐 세워진 (주)시공사 건물의 소유권은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38)가 각각 2분의 1씩 분할, 소유하고 있다.
당초 증여받을 당시 2층 건물이었던 것을 지난 99년 지층을 포함, 연건평 3백33평에 이르는 3층 건물로 증축했다.
재국씨가 보유하고 있는 서초동 토지는 인근 부동산 시세가 평당 2천만원대에 이르는 금싸라기 땅으로 알려져 있다. 재국씨 소유 서초동 부동산의 재산가치만 해도 적어도 70억원대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재국씨와 재용씨 소유의 서초동 1628-1번지와 1628-2번지 토지와 건물에는 재국씨가 운영하는 회사인 (주)리브로를 채무자로 22억7천5백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1628-3번지 토지와 건물에는 (주)시공사를 채무자로 6억5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고, 1628-10번지 토지와 건물에도 (주)시공사를 채무자로 도합 12억5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한편 재국씨는 2002년 6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458-8번지의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대지 1백88평·연건평 4백22평)의 전시장을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창동 전시장 일대 토지의 평당 시세가 5백여만원에 불과하지만, 재국씨가 매입해 리모델링을 한 이후 땅값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건물이라 현 시가는 15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자들의 얘기다. 이 평창동 토지에는 재국씨를 채무자로 3억9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서초동 및 평창동 부동산을 종합하면 재국씨 소유의 부동산은 85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경]
전재국씨의 부인 정도경씨(40) 역시 적지 않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정씨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4-26번지 토지(1백26평)를 소유하고 있다. 평당 시세는 1천만원대로 현 시가는 14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또 정씨는 364-26번지와 364-27번지(아들 전아무개군 소유)에 걸쳐 지어진 3층 건물(연건평 2백44평)의 소유권 중 2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건물의 나머지 2분의 1 소유권은 전재국씨와 정씨의 맏아들 전아무개군(14) 명의로 돼 있다.
이 서교동 토지와 건물에는 전재국씨를 채무자로 16억9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또한 정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60평형대 빌라(시가 15억원 상당)를 분양 받았다가 지난 2월 이아무개씨에게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손녀]
전씨의 장손녀 전아무개양(17)은 지난 2001년 5월 취재 당시 홍대 전철역 부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458-18번지의 토지(1백 평)와 건물(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1백12평)을 보유중인 것으로 확인됐었다.
시가 10여억원(공시지가 6억)에 이르는 이 부동산은 전양의 외증조부 김종록씨가 ‘유증’한 것이었다. 그러나 전양의 서교동 부동산은 지난해 2월 정아무개씨에게 매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4월 전양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85-6번지에 자리잡은 대중음식점(대지 1백16평·지하층 포함 지상 1층 연건평 51평)을 새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등기부상 전양은 이 논현동 부동산을 최아무개씨와 분할 소유하고 있는 상태. 전양이 토지와 건물의 소유 지분 중 10분의 7을, 최아무개씨가 10분의 3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양이 소유한 논현동 대중음식점은 인근 부동산 시세로 환산하면 토지 가격만도 3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전양은 땅을 유증받은 지 2년 만에 2배 이상의 ‘재테크’를 한 셈이다.
▲ 전두환씨의 장손녀와 장손자 소유의 부동산 전경. 위는 서 울 논현동 85-6번지 전경으로 토지와 건물이 모두 장손녀 소유(지분의 10분의 7)다. 아래는 마포구 서교동364-26, 27 번지 전경으로 장손자가 토지와 건물의 지분 50%를 보유 하고 있다. | ||
전두환씨의 장손이자 재국씨의 장남인 전아무개군 역시 2001년 5월 취재 당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4-27번지 토지(86평)와 364-26번지(1백26평)에 세워진 지상 3층 건물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군의 경우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변동 없이 서교동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재돼 있다. 전군 소유의 부동산은 홍대 앞 로데오거리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데 2년 전에 비해 재산가치가 상당히 올라 시가 10억원대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효선]
전두환씨의 장녀 효선씨(41)는 2000년 3월부터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50평형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효선씨로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에는 전재국씨가 최대주주인 (주)리브로의 이사였던 전호범씨(44) 소유였다. 전호범씨와 전재국씨가 단순한 사업파트너 이상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효선씨 소유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서초구로부터 압류처분을 받은 상태. 효선씨의 남편 윤상현씨(40)는 자신의 명의로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전재용]
전두환씨의 차남 재용씨는 (주)시공사가 위치해 있는 서초동 1628-2번지 토지(1백 평) 소유권과, 1628-1번지와 1628-2번지 지상에 세워진 시공사 건물의 소유권 2분의 1을 갖고 있다.
이 서초동 토지와 건물은 91년 아버지 전두환씨로부터 증여받은 것들이다. 재용씨의 서초동 부동산은 땅값만 시가로 20억원대에 이른다.
이밖에 재용씨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단지에 시가 10억원 안팎의 60평형대 아파트를 공동소유(지분 2분의 1)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부인 최정애씨(34) 소유다.
신동아아파트의 경우 애초 부인 최씨 명의로 구입했던 것을 증여 형식으로 지분의 절반을 재용씨에게 넘긴 것으로 부동산등기부에 나타나 있다.
재용씨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48-1××에 위치한 부동산(대지 41평)에 대해서도 토지 지분의 약 3분의 1과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인근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재용씨가 보유한 흑석동 토지와 건물은 재건축이 예정된 재개발 지역이라고 한다. 당초 평당 매매가가 약 3백만~4백만원 정도에 불과했으나, 재개발 예정지로 알려지면서 6백만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과 서빙고동 등의 부동산 물건을 모두 더하면 재용씨는 시가 26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한 셈이다.
[최정애]
재용씨의 부인 최정애씨는 남편 재용씨와 공동소유하고 있는 용산구 서빙고동 아파트 외에도 여의도에 별도로 자신 명의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경우 부친으로부터 협의상속받은 것으로 부동산등기부에 기재돼 있다.
[전재만]
전두환씨의 삼남 재만씨(32)의 경우에는 연희동 전두환씨 자택에 함께 기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가 한남동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의 실소유주로 인근에 알려져 있다. 사실일 경우 적지 않은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윤혜]
재만씨의 부인 이윤혜씨(32)는 종로구 가회동 경남빌라 401호를 소유하고 있다. 가회동 빌라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가족들이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빌라로, 현 시가로 호당 15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경남빌라 외에도 목동 현대백화점에 있는 ‘메종드뱅’이라는 와인 전문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