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0년 6월 정주영 명예회장을 수행해 방북했던 김 전 사장(뒷줄 오른쪽). | ||
김 전 사장은 대전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72년 곧바로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74년 현대중공업 설립에 직접 뛰어들면서 여기서 청춘을 다 보내고, 89년 현대상선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92년 현대상선 관리·재무담당 본부장으로 승진한 김 전 사장은 이 시기에 고 정주영 회장의 대선 비자금에 대한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고 2년간의 도피생활과 6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고 정 회장의 현대를 혼내주기 위한 타깃으로 정몽헌 회장을 압박했다. 이때 정 회장 대신 재무 담당인 그가 스스로 희생양을 자처했던 것. 이때부터 정 회장과 김 전 사장의 관계는 그야말로 ‘동지적’ 관계였다.
현대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튼실한 재정을 자랑했던 현대상선에서 김 전 사장은 미주본부장, 부사장, 사장으로 쾌속 승진했고, 그 이면에는 정 회장의 배려가 자리잡았다.
김 전 사장은 “정 회장은 아버님(정주영)을 가장 많이 빼닮았다”고 추켜올렸고, 정 회장 역시 “현대상선은 김 사장이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맡게 될 것”이라는 말로 아낌없이 힘을 실어주었던 것.
그러나 양자간의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현대의 대북사업이 활발해지면서부터였다. 이미 현대건설이 휘청거리는 상태에서 우량 기업이었던 현대상선에 무리한 자금 압박이 들어오자 김 전 사장은 “이러면 현대는 모두 다 망한다”며 반발했다. 그는 “김윤규 김재수씨 등 가신들이 정 회장의 총명을 흐려놓고 있다”고 탄식하기도 했었다.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