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하남시에서 생태도시로 계획한 에코타운의 건설현장. 이 사업을 시행한 손영채 당시 시장과 도개공의 민간파트너 ‘우연산업’ 김장민 사장이 목포상고 동문인 것으로 밝혀져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 ||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특감을 통해 에코타운 건설과 관련, 손영채 전 하남시장이 목포상고 후배가 경영하는 건설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이 지역에선 ‘에코타운과 목포상고의 커넥션의혹’이 불거졌다.
더군다나 몇몇 목포상고 출신 명망가들이 대기업에 압력을 가했다는 말까지 나돈다. 후배가 경영하는 시행사에 사업자금을 빌려주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사정기관에서도 현재 내사에 돌입한 상태.
그렇다면 지금 하남시 일대에서 회자되고 있는 ‘목포상고 커넥션’의 진상은 무엇일까.
하남시가 에코타운 건설과 관련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지난해 말. 시민단체인 하남민주연대가 주민감사청구를 요청, 경기도가 이 사업에 대한 특감을 벌인 결과였다.
이 사업이 특혜시비에 오른 과정은 이렇다. 하남시가 에코타운 건설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00년 3월. 당시 시는 에코타운 건설을 위해 산하 공사(도개공)를 설립키로 하고 ‘민간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시측이 내건 조건은 ‘신장2지구 택지개발지역(에코타운)의 토지를 가장 많이 소유한 자’를 파트너로 결정한다는 것.
모집 결과 선정된 곳은 우연산업개발이라는 무명의 기업이었다. 의문은 여기서 출발했다. 이 회사의 사장인 김장민이라는 인물이 손영채 당시 시장의 고교 후배였기 때문.
우연산업이 선정된 이유는 에코타운 부지 3만4천여 평 가운데 50%인 1만7천여 평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우연산업은 시의 민간투자자 모집 공고가 나기 1년 전인 지난 99년 3월께 이 부지를 집중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쨌든 시는 지난 2000년 8월 우연산업과 공동 투자해 하남시도시개발공사(도개공)라는 회사를 출범시켰다. 이 공사의 자본금은 60억원이었고, 출자비율은 시측이 51%, 우연산업이 49%였다.
그런데 이 공사가 출범한 후 운영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우연산업이 공사 설립 자본금 29억4천만원(49%)은 자체 부담했으나, 운영자금(공사 조례안에 의하면 민간출자자가 운영자금을 출자토록 명시하고 있다)은 시측이 마련해 주었기 때문. 감사 결과 시측은 우연산업이 도개공 운영자금으로 부담해야 할 6백95억원을 주택은행, 농협 등에서 빌리는 과정에 보증을 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누가 보아도 석연찮은 대목. 운영자금을 부담할 여력도 없는 회사를 선정해 수백억원의 은행빚까지 보증을 서 준 부분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특혜의혹은 우연산업이 기존에 미등기 상태로 보유하고 있던 에코타운 부지를 도개공에 되팔아 1년반 만에 1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두었다는 점. 더욱이 이 땅은 미등기 상태였기 때문에 우연산업측은 양도세나 취득세 등은 당연히 부담하지 않았다. 우연산업은 또 에코타운의 택지조성 및 분양 등을 통해 2백16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경기도 특감에서 드러났다.
그러면 우연산업은 어떤 회사이기에 하남시측이 이 같은 특혜를 제공한 것일까.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우연산업은 지난 93년 설립됐으며, 2003년 4월 현재 자본금은 10억2천만원. 이 회사는 설립 초기 외산 주방기구 수입 및 판매, 인테리어업을 하다가 지난 98년부터 주택건설 분야에 진출했다. 그러나 건설분야에서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이 회사는 건설사업에 나선 지 2년 만에 1천2백91억원대의 대형 공사를 맡는 시행사로 낙점된 것이다.
그렇다면 하남시는 어떻게 우연산업을 에코타운 건설의 사업파트너로 선정하게 됐을까. 이 지역 시민단체인 하남민주연대측은 이와 관련해 “손영채 전 하남시장과 김장민 우연산업 사장이 목포상고 동문이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에코타운 건설 사업을 놓고 “고교 선후배간에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말까지 오가고 있다.
▲ 손영채 당시 하남시장 | ||
손 전 시장은 지난 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출마, 하남시의 초대 민선시장이 됐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8·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 현재 서울에서 교육사업을 하고 있다.
손 전 시장을 둘러싼 대표적인 목포상고 인사들을 보면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윤아무개씨가 51회였고, 국정원 출신으로 현재 우연산업 고문에 재직중인 최아무개씨는 38회 출신이다. 최씨는 지난 2000년 국정원을 나온 다음 우연에 몸담게 됐다고 김 사장은 밝혔다.
김 사장은 “고등학교 선배의 소개로 최 고문을 처음 알게 됐으며, 사업이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최씨를 에코타운 로비스트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김 사장은 “전혀 아니다”며 극력 부인했다.
이와 함께 한때 에코타운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인사는 “DJ정부 실세 K씨와 L씨가 현대산업개발에 압력을 가해 우연산업에 에코타운 부지 매입자금을 빌려주게 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그 대가로 우연산업은 현대산업개발을 에코타운 건설의 시공사로 선정해 주었다는 것. 이 인사는 “이 같은 내용은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고위 경영인을 지냈던 Y씨로부터 직접 전해들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은 우연산업이 에코타운 부지를 사들인 지난 99년부터 토지 매입대금과 운영비조로 3백50억1천8백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우연산업 김 사장은 “현대에 주방기구를 납품해왔기 때문에 손을 잡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측 관계자도 “대개 시행사는 자금력이 부족해 시공업체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 관행”이라며 “외부 압력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선 에코타운 개발사업에 ‘목포상고 출신 인사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남민주연대 최배근 대표(건국대 경제학 교수)는 “하남시가 도개공을 이용해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우연산업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 대표는 “손 전 시장은 시장에 재직할 당시에도 실세 권력자였던 K씨를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이런 인맥관계가 에코타운 건설에도 작용했다고 추측했다.
이처럼 ‘목포상고 커넥션’이 불거지자 사정기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하남민주연대 최 대표는 “경찰서 정보과 직원과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에코타운 커넥션과 관련된 소문을 확인하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손영채 전 하남시장은 “에코타운 건설사업에 목포상고 출신들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고교 선후배이기 때문에 이번 사업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말도 안되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연산업 김장민 사장이 단지 나의 후배라는 이유 때문에 이 사업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법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세 권력자였던 K씨 등의 개입설에 대해서도 손 전 시장은 “근거 없이 만들어진 소문에 불과하다”며 “그분(K씨)은 이 사업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우연산업 김장민 사장도 “(손 전 시장을) 동문회에서 처음 알게 됐고, 95년 시장에 당선됐을 때 축하인사를 하기도 했다”며 “사적으로 몇 번 만났지만, 이번 사업에 손 시장이 도와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동문이라는 이유 때문에 잡음이 일자 손 전 시장이 나에게 이 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세 권력자였던 K씨도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며 “우연산업이 에코타운 땅을 매입할 당시(99년 초) K씨측에서 여기저기에 압력을 가했다는 소문도 낭설이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하남시 일대에 퍼지고 있는 ‘목상 커넥션’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의 한 인사는 “검찰에서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한다면 목포상고 출신 인사 20∼30명 정도는 줄줄이 불려갈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만큼 목포상고 출신들의 개입이 많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