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하원미 부부인터뷰 <1>에 이어 하원미 씨의 인터뷰 <2>편이 이어진다.
아직도 연인 같은 추신수 하원미 부부. 하원미 씨는 남편을, 추신수는 아내를 고마운 사람이라고 늘 치켜세워준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리틀야구에서 승부욕 발휘하는 추신수
추신수-하원미 커플은 부부 싸움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다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추신수에게 하원미 씨가 맞춰주는 스타일이다 보니 부딪힐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 교육 문제가 대두되면 종종 말다툼이 벌어진단다.
“제 입장에선 아빠를 자주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사랑만 줬으면 좋겠는데, 남편 입장에선 아이들이 아빠 없다고 엄마한테 함부로 대할까봐 군기를 잡으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몇 차례 싸운 적이 있어요. 아이들은 유명한 아빠의 아들 딸로 사는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하고 신경 쓰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어디를 가도 항상 조심조심, 조용히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시선이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커야 자연스러운 건데, 어린 나이에 주위 사람을 의식하고, 아빠한테 ‘조용히 해’ ‘조심해’ ‘가만히 있어’하는 소리만 듣는다면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겠어요. 그래서 전 남편 없이 혼자 지낼 때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거의 안 하는 편이에요. 그냥 지켜보는 스타일입니다.”
반면에 추신수는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는 타입이라고 한다. 수영장에 갈 경우, 다른 아빠는 30분, 1시간 놀아주고 지치는 반면 추신수는 아이들과 두세 시간을 물 속에서 장난치고 놀면서 자신이 더 아이들과의 놀이에 동화돼 빠져드는 스타일이다. 아이들로서는 백점짜리 아빠일 수밖에 없다.
“무빈이 야구하러 가면 아빠가 더 신나서 집에 올 생각을 안 해요. 아이들 경기하는 거 보면서 무빈이보다 더 흥분하는 사람이 아빠 추신수입니다. 무빈이가 안타 한 개라도 치면 좋아서 난리가 나요. 자기가 홈런 쳤을 때보다 더 좋다면서요.”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식 때는 가족들도 동행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와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그 사진 밑의 댓글 중에 이런 내용이 눈에 띄었다. ‘무빈이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저런 부자 아빠 만나서 평생 돈 안 벌어도 살 수 있게 됐으니까’. 하원미 씨는 그 댓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평소 댓글을 잘 안 보는데, 우연히 그 댓글을 보게 됐어요. 아이들의 미래를 돈으로 연결시키는 시선이 불편했지만, 사람들 입장에선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우린 돈을 적게 벌었을 때부터 몸에 밴 절약 정신이 있어요. 아빠도, 또 아이들도요. 아이들이 레고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레고를 원하지만, 다 사주지 않아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거나 착한 일 했을 때 눈 딱 깜고 안겨주거든요. 아이들이 원한다고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아이들도 지금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요. 무빈 아빠는 받는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신념처럼 갖고 있어요. 아빠가 버는 돈이 모두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해요. 돈을 물려주는 건 쉽게 사라질 수 있지만, 아이의 재능과 인성과 미래를 일궈주는 건 평생 가는 거잖아요. 우리 부부는 그런 부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딸바보’ 추신수와 막내 소희 양. 추신수는 초음파 사진을 통해 딸의 성별을 확인하고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사진제공=우먼센스
# 세 아이의 출산 스토리
2005년에 무빈이를, 2009년에 건우를, 그리고 2011년에 소희를 출산한 하원미 씨. 세 아이를 출산하면서 가장 감동했던 아이가 둘째 건우를 낳을 때였다고 한다.
“무빈이는 어린 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고 출산을 한 터라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막상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별다른 감동이 없었어요. 단지 미국과 한국의 산후조리 문화의 격차가 큰 나머지 충격을 먹기만 했었죠. 미국에선 산모에게 얼음 동동 띄운 오렌지주스를 갖다 줘요. 아기 낳느라고 고생했으니까 시원한 음료수를 들이키라면서요. 그리고 신생아에게 포경수술을 시키더라고요. 처음엔 포경수술의 단어를 잘 몰라서 의사가 뭔가를 묻기에 그냥 ‘예스’를 했더니 아이를 데려가선 한참 후에 데려왔어요. 그런데 아이가 와서 계속 우는 거예요.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요. 친정 엄마가 혹시나 싶어 기저귀를 열어봤다가 기절할 뻔 했었어요. 그곳이 붕대로 감겨져 있었으니까요. 건우는 두 번째 아이라 무빈이 때와는 다르게 준비를 많이 했고, 남편도 출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 옆을 지켜줬어요. 그렇게 해서 둘째가 태어나 제 품에 안기는데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남편도 같이 울었고요. 이상하게 감동적이었어요.”
막내 딸 소희의 성별을 알게 됐을 때 벌어진 해프닝 하나. 셋째를 임신한 후에 성별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당연히 추신수도 함께였다. 초음파 검사를 하는 사람이 남자 선생이었는데 조금 살펴보다가 두 부부에게 딸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단다.
“무빈 아빠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짜냐고 여러 차례 물었어요. 혹시 실수하는 거 아니냐면서, 그동안 검사하면서 실수한 적 없었느냐고 재차 묻더라고요. 오랫동안 기다렸던 딸이라 남편 입장에선 그 선생의 말이 쉽게 믿겨지지 않았었나 봐요. 그 선생이 화면을 가리키면서 ‘이 아이 다리 사이로 조그만 갭이 보이지 않느냐. 바로 딸이다’라고 설명하더라고요. 그 순간 무빈 아빠의 반응이 진짜 재미있었어요. 그 선생한테 바로 ‘당신은 더 이상 이 화면을 보지 마라. 내가 봤으니까 당신은 눈을 돌려라’하며 초음파 화면을 못 보게 하더라고요.”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추신수. 엄격할 땐 무서워도 놀아줄 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주는 백점짜리 아빠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두 부부의 지향점, 주위를 돌아보는 삶
사석에서 보는 추신수-하원미 부부는 서로에게 딱 맞는 ‘맞춤복’ 같은 느낌을 준다. 서로의 장단점을 골고루 나눠 가지며 서로의 빈 곳을 적당히 채워주는 지혜를 보이는 커플이기도 하다. 그래도 하원미의 남편보다 공인인 추신수의 아내로 사는 건 좀 더 신경 쓸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만약 나한테 다시 태어나도 추신수랑 결혼하겠냐고 묻는다면 인간 추신수는 당연하지만, 야구선수 추신수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야구선수를 남편으로 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죠. 자연인 추신수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가 저를 사랑받는 여자로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에요. 엄마의 자리도 중요하지만, 사랑받는 여자로 존중해 주는 배려가 남편한테 있어요. 그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내가 결혼을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 씨는 무빈, 건우가 커서 야구를 한다면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겠지만, 막내 딸 소희가 야구선수한테 시집을 가겠다고 한다면 적극 만류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운동선수의 삶이 성적으로 연결돼 있고, 그 성적의 좋고 나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생활을 하다 보니 저도 피곤하고, 애들한테 민감하게 대한 적도 있었어요. 남편의 성적을 가족들이 함께 나눌 수가 없잖아요. 가끔은 남편에게 나와 아이들이 짐이 되는 것 같아 혼자 감당하고 참는 걸 반복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남편에게 싫은 소리도 하고, 하고 싶은 말도 하는 편이에요. 남편도 그런 저를 잘 받아주는 편이고요. 이런 부분은 추신수라는 남자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 싶어요.”
하원미 씨는 추신수란 이름 앞에 붙는 ‘1억 3000만 달러의 사나이’란 타이틀이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돈의 액수보다 야구로 먼저 인정받기를 바라지만, 남편을 돈으로만 평가하는 것 같아 약간 ‘슬프다’는 표현까지 보탰다.
“솔직히 지금은 그 액수에 대해 전혀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1억 달러가 어느 정도로 많은 돈인지 알지도 못하고요. 남편의 고생과 노력과 눈물이 몸값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뻐요. 반면에 받은 만큼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게 와 닿을 것 같아요. 무빈 아빠 성격에 얼마나 자신을 힘들게 할까 싶기도 하고. 이젠 좀 여유있고 즐기면서 야구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받고 제대로 즐기면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래도 좋은 선물을 받았으니 감사해 하면서 좋은 일, 의미있는 일들로 보답하면서 살 계획입니다. 그게 우리 부부의 숙제인 것 같아요.”
드디어 모든 촬영이 끝났다. 촬영 후 추신수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사인볼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감사를 대신했다. 스태프들은 추신수의 돋보이는 매너와 배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제야 추신수란 이름 앞에 달린 ‘1억 3000만 달러’란 타이틀이 사라지면서 자연인, 인간적인 매력을 안고 있는 추신수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