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숙 전 대변인 | ||
DJ정부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지난해 2월23일 박선숙 당시 대변인은 마지막 공식 브리핑을 한 뒤 “지난 5년간 대통령께선 국정 수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민과 함께 어려움을 넘으면서 오늘날까지 왔다”며 지난 5년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소회를 피력했다.
그 뒤 박씨는 완전히 잠수했다.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을 그는,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근신’하면서 보냈다. 대외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집에서 아들과 지내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간혹 ‘영원한 주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부를 묻기 위해, 그의 외부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동교동 자택을 찾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 정치권 복귀 결심을 굳힌 것이다.
누가 뭐래도 박선숙씨는 현재 ‘다치지 않고’ 남아 있는 DJ의 최측근 인사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영어의 몸이 되어 버린 지금 더욱더 그렇다. DJ의 복심(腹心)이란 뜻인데, 그의 행동은 따라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17대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되는 가운데 그의 거취가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게 당연하다.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방문했던 DJ정부의 한 핵심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이나 동교동 전체의 분위기가 박 대변인에게 정치 재입문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월 중 그런 방식으로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이제 박씨를 (DJ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줄 때가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끈질기게 입당 제의를 했지만 한사코 이를 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정치 재개에 대한 결심이 서지 않은 탓도 있지만 본인의 거취가 그대로 ‘DJ의 속뜻’으로 직결된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좋은 지역구를 제의했으며, 열린우리당에서도 안정적 국회 진입을 약속했다는 데에도 이에 응하지 않았던 그였다.
지금으로서는 박씨가 민주당행을 택할지 열린우리당행을 결정할지 불투명하다. DJ측은 “성향상으로는 정치권에 입문시킨 김근태 의원 등이 있는 열린우리당쪽인데, 정통성으로 보면 민주당으로 가야 한다”며 “어느 쪽으로 가든 다른 쪽의 불만이 거세져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박씨의 결단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다.
박씨는 지난 1998년 2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 공보비서관, 공보기획 비서관을 거쳐 2002년 1월에 공보수석을 맡아 김 대통령의 활동과 연설 등을 언론에 소개하면서 5년 임기 내내 한 번도 청와대를 떠나지 않고 DJ를 성실히 보필했다. 그는 헌정사상 첫 여성 청와대 대변인이자, 첫 여성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다. DJ는 평소 박씨를 일컬어 ‘겉은 버드나무처럼 부드럽지만 속에 철심이 들어 있는 여성’으로 평가했다.
허소향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