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생생하게 담은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인천 연수여고 국어교사 전원하씨가 지은 <학교 아빠>(이루파)가 바로 그 책. 내용 중 학부모들이 중고교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다섯 가지 포인트를 소개한다.
1. 가끔 같이 사고를 치자.
사랑하는 아이와 같은 방향을 볼 수 없는 우리, 그런 우리가 얼마나 수직적 사고에 젖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고 한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간단한 이야기지만 내 경우가 되면 쉽게 망각해 버리고 만다. 늘 아이에게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면서 스스로 만족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알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그들이 겪는 인생 공부를 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 웃어줄 수는 없는가. 한 번만이라도 큰 욕심 버리고 아들과 함께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는 없는가. 아들과 대화가 끊겨서 고민이라면 아이 엄마 몰래 아들과 함께 사고를 쳐볼 수는 없는가?
2. 아이들은 외롭다.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말이 없어진 자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곤 한다. 부모와 대화를 단절해 버린 그들…. 학부모들은 그들이 외롭다고 외칠 때마다 오히려 그들을 더욱 멀리 내던지기 일쑤다.
“공부는 안하는 게 불만만 많아. 야, 공부만 잘해봐라 다 해주지.”
기성세대들이 흔히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자신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지극히 논리적이다. 창의성과 이해력이 너무나 뛰어난 게 요즘 아이들이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잠시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이해는 안되겠지만 그들 나름의 삶을 소중히 인정해 주려는 노력이라도 해보라. 그러면 그 아이들의 입은 저절로 열릴 것이고, 그들의 다정다감한 감성에 감탄하고 말 것이다.
3. 배신은 배신을 낳는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배신이다. 배신은 아이들에게 곧 ‘버림받았다’는 느낌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순간, 곧바로 그 아이의 마음은 닫힌다. 한 번 열렸다 닫힌 문은, 처음 열어보는 문보다 더욱 열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떤 약속이든 아이들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때로는 과장된 액션과 카리스마를 통해 내가 그들과 한편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물론 말을 지키기도 힘들고 또 믿음을 심어 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만 고통을 참으며 아이들에게로 다가가서 그들과 한편이라는 인정을 받으면, 그들이 내게 베풀어주는 영광은 끝이 없다.
4. ‘불쌍하다. 아깝다.’
부모로서 아이를 대하는 우리에게,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하면서도 부족한 것이 이 두 마디가 아닌가 싶다.
‘불쌍하다’는 말은 측은지심으로 해석하고 싶다. 우린 늘 우리 욕심의 잣대에 그들을 세우고 부족하다고 질책한다. 이 측은지심이야말로 그들의 입장에서 철저히 그들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생겨날 수 없다.
‘아깝다’는 말은 물건을 아끼고 절약하는 의미로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는 노력의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해석해 보면 안될까?
“이번 결과는 참 아깝다. 너 참 많이 노력했는데…. 하지만 다음엔 꼭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올 거야.”
이런 안타까움이면 어떨까?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끝없이 사랑하고 격려하는 것보다 더 좋은 가정교육은 없다. 소중한 자녀를 남과 비교하면서 가하는 ‘심리적 압박’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정신적 폭력이다.
5. 같이 끊고 같이 마셔라.
아이들의 금연 문제도 그렇다. 대화와 꾸준한 관심만이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문제아라고 낙인찍지 말고, 문제의 근본을 들어주고 끌어안아야 한다.
아이가 담배를 필 경우 야단칠 생각부터 하지 말고 조용히 불러서 피우게 된 동기, 기간, 현재 하루 흡연량 등을 물어보라. 그리고 수명 단축이니, 폐가 썩느니 이런 얘기보다는 공부와 연관지어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 주라. 그런 다음 나도 끊어 볼 테니 너희도 한 번 같이 끊어보자고 약속을 하고 벌금 내기를 걸어보라.
아버지가 한 번만이라도 아들을 불러 술을 한잔 따라 주며 이렇게 이야기해 보라. “마셔, 아빠는 중학교 때부터 마셨어. 이제 너도 그만큼 컸으니 한잔 해! 하지만 많이 마시는 건 널 위해 삼가야 돼!”
그러면 그 아이는 절대 무절제하게 술을 마시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