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별다른 직업 없이 가끔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부모는 이 씨가 어렸을 적 이혼해 집을 나갔고 이 씨는 할머니와 함께 울산 남구의 아파트에 거주하게 됐다. 가끔 아버지가 들르긴 했지만 곧바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날이 길어졌다. 그러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마저 병환으로 요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서 이 씨는 혼자가 됐다.
이 씨와 이 씨의 아버지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피의자 이 씨는 매번 친척들에게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아다니는 아버지와 비교를 당했다. 이 씨의 친척들에 대한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울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이 씨가 친척들로부터 ‘너 아빠처럼 살래?’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자신보다 동생이자 고모의 아들인 김 씨가 ‘정신 못 차리고 그렇게 살면 너 아빠처럼 된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자 앙심을 품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이 씨와 고종사촌 김 씨는 친구처럼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이었던 김 씨는 군대제대 후 복학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지난 19일 저녁 7시경에도 김 씨는 집으로 오라는 이 씨의 전화에 아무런 의심 없이 이 씨의 아파트로 향했다. 그러나 이 또한 김 씨에게 앙심을 품은 이 씨의 계획 중 일부였다. 김 씨를 집으로 유인한 이 씨는 치킨을 시키고 미리 약국에서 구입한 수면유도제를 몰래 탄산음료에 넣었다.
수면유도제가 섞인 탄산음료를 마신 김 씨는 안방에서 곧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 9시 30분께 이 씨는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전기톱을 들고 잠든 김 씨에게 다가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울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이 씨는 김 씨를 살해한 후 하룻밤을 그 아파트에서 보냈다. (신고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씨도 깜빡깜빡하는 상태였다”며 “피해자를 발견했을 당시에는 목과 상반신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살해된 김 씨의 부검결과 김 씨의 손가락에서 사람이 공격을 당할 때 무의식적으로 방어하는 흔적인 ‘방어흔’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 씨가 수면유도제를 먹고 잠든 상태에서도 이 씨의 범행 순간 무의식적으로 방어하는 행동을 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씨는 김 씨를 살해할 당시 음주상태도 아니었고 정신병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씨의 현장검증은 지난 23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씨는 인터넷에서 주문한 전기톱을 받아드는 시점부터 살해하기까지의 과정을 1시간여 동안 재연했다.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살해 장면 재연에서 (이 씨가) 손을 떨었지만 대체로 담담하게 임했다”며 “정신감정 결과와 함께 곧 검찰로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