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어설픈 투자는 아니되오!
1월 24일 주주총회 결과를 보면 지주사 찬성이 54.6%, 반대 45.4%다. 기업분할은 표결 참가 의결권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까닭에 일동제약 측이 과반을 확보했음에도 부결로 처리됐다. 일단 일동제약 측이 과반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언뜻 유리해 보인다. 기업분할처럼 중대한 사안이 아닌 일반 안건에 대해서는 일동제약 측의 우세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녹십자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확실한 제동장치를 갖고 있음도 확인됐다. 특히 일동제약이 과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지주사 전환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의 현 최대주주는 윤원형 회장 등으로 지분율은 34.16%다. 인적분할이 성공하면 일동제약 자사주 3.32%가 지주사인 일동홀딩스(가칭)에 넘어가게 돼 윤 회장 등의 일동제약에 대한 의결권이 37.48%로 늘어난다. 2대 주주와의 격차가 4.8%포인트(p)에서 8.12%p로 늘어난다. 특히 일동제약이 보유한 2377억 원의 이익잉여금이 일동홀딩스로 넘어간다. 일동홀딩스로서는 일동제약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녹십자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엄청난 실탄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 이익잉여금이 현재처럼 일동제약에 머무르면 자사주 매입으로 녹십자의 장내매집 가격을 높이는 ‘방어’만 가능하다. 이익잉여금으로 사들인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반면 녹십자는 지주사 전환만 막으면 자금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미 일동제약 지분 29.36%를 보유한 녹십자홀딩스가 가진 현금성 자산은 2013년 9월 말 현재 614억 원에 달한다. 현재 일동제약 시가총액은 4000억여 원. 피델리티를 우호지분으로 계속 묶어둘 수만 있다면 경영권 도전에 필요한 과반수 의결권에 필요한 지분은 12%, 산술적으로 약 500억 원어치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일동제약이건 녹십자건 공개매수 등 장내 매입을 하기에는 상당한 자금 부담이 따르는 데다 결과도 확실치 않아 섣불리 나서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지난 주총에서 기권한 기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결국 기관투자자와의 개별협상을 통해 지분을 추가 매입하든지 공동의결권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협상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설프게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일동제약에 대해 지주사 전환 무산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추가 지분 취득, 지주사 전환 무산 등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급등해 현재 주가는 올해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3배로 높아졌다”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9%에 머물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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