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LA에 머물고 있는 조씨는 “DJ 아들의 여성편력을 진언했다가 김 대통령에게 ‘팽’당했다”, “삼일빌딩 매입은 사실상 내가 주도했다”는 등의 예민한 발언을 쏟아냈다.
LA 현지의 한 교포 신문에 최근 공식적으로는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조씨는 “할 말이 많지만 아직은 아니며, 언젠가 때가 오면 다 밝힐 것”이라는 여운을 남겨 두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현지의 조씨 인터뷰 내용과 그 과정들을 긴급 입수했다.
▲ LA에 머물고 있는 재미동포 무기중개상 조풍언 씨가 DJ정권 시절 떠돌던 각종 소문에 대해 서 서히 입을 열고 있다. | ||
그동안 조씨는 LA 현지 교포사회에서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미스터리 인물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 현지 언론인 연훈씨와 전격 인터뷰를 가진 것도 그와의 남다른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내 언론에서는 마치 조씨가 옛날부터 DJ의 오래된 측근인 것처럼 전했으나, 사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DJ의 92년 LA 방문 때였으며, 당시 만찬장에서 조씨를 DJ에게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 바로 나였다”고 전했다.
이후 조씨는 갑작스레 DJ의 최측근 실세처럼 행세했고, 그에 따른 갖가지 구설수에 대해 연씨는 현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했다. 연씨는 이번 조씨와 가진 대화 내용을 자신이 발행하고 있는 <선데이저널>에 두 차례에 걸쳐 실었다.
<일요신문>은 현지 매체에 보도된 조씨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연씨의 보충 설명을 통해 조씨가 밝힌 내용을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간추렸다.
[1. 김대중 정권 시절의 특혜설에 대하여]
조풍언씨와 인터뷰를 한 연훈씨는 “조씨가 첫 마디부터 ‘나는 김대중 정권 들어 단 한 건도 계약을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DJ와의 친분 관계가 언론에 부각되면서 사실상 무기장사로서의 내 수명은 끝났다’고 역차별론을 내세워 아연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운영하던 기흥물산의 매출액이 98년 1백만달러에서 1년 만인 99년에 무려 40배 성장한 의혹을 제기하자 조씨는 “무기사업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떠드는 무지의 소치”라고 큰소리쳤다고 한다.
그는 “나는 노태우 김영삼 시절에 돈을 벌었지, 김대중 정권에선 돈 번 것 없다. 내게 잘못이 있다면 평생을 군인들과 정치인들에게 굽실거리며 살다가 DJ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좀 우쭐거리고 폼도 좀 재면서 엔조이를 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DJ가 대통령이 되고 나니 평생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장관이나 정치인, 고위장성들이 날더러 형님이라고 부르며 술자리를 가던 어디를 가던 나를 상석에 앉히며 대접하는 통에 그만 나도 모르게 우쭐해져서 안하무인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반말도 하고 솔직히 욕도 해댔다. 당시엔 조풍언을 통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자신이 ‘실세’가 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DJ는 원래 누가 이권에 관계된 것을 요청하면 금세 태도가 바뀌는 사람이다. 돈이 들어와도 쥐도 새도 모르게 부인과 둘이서 관리하지 누구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연씨는 “조씨가 DJ측과 일정한 간격을 두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아직도 완전히 관계가 정리된 것은 아닌 듯하다”면서 그 반증으로 기사화하지 않은 후일담 한 가지를 소개했다.
연씨가 인터뷰 후 농담삼아 조씨에게 “DJ가 당선 전 머물던 일산집을 6억5천만원에 직접 매입했는데, 그 집을 나에게 팔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는 것. 그러자 조씨는 “그건 곤란하다. DJ와 의논해봐야 한다”고 대답하면서 “내가 그 집을 사고 싶어 샀겠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2.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 후견인설에 대하여]
“DJ는 항상 새 사람을 좋아한다. 지난 92년 DJ를 처음 만날 때 역시 그의 주변에는 이렇다할 사람도 돈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나타나니 신선했을 것이다. 당시 홍걸이가 미국의 학교 문제 등 거취 문제가 있어 나를 필요로 했을 때였다. 그리고 김홍일 의원의 병 때문에 내가 더욱 필요했다.”
조씨는 김 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표현을 쏟아냈다. 지난해 2월 김홍일 의원의 미국 UCLA병원 입원비 대납설에 대해서도 “나한테까지 차례가 오지 않는다. 돈 댈 사람들은 줄줄이 있다. 대통령 아들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나는 밥값도 못낼 정도다. 그런데 입원비라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김 전 대통령과 관계가 멀어진 이유로 아들의 여성편력을 진언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홍걸이가 최규선이하고 다니면서 많은 잡음이 있어 DJ에게 최규선이는 사기꾼이니 조심시키라고 주의를 주었는데 그것이 DJ의 미움을 샀다. 이후 결정적으로 ‘아들의 여자 문제가 너무 복잡해 말들이 많다’고 DJ 측근에게 말한 이후로 영원히 멀어졌고 더 이상 왕래나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DJ 아들의 복잡한 여성편력이 오늘날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것 없이 겸허하게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모두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의 ‘DJ 아들의 여성편력’ 언급에 대해서 연씨는 “상당히 예민한 문제인 만큼 조씨 역시 더 이상의 구체적 내용은 자제하는 듯했고, 나 역시 그가 오프더레코드를 원해 계속 묻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3. 삼일빌딩 매입과 김우중 전 회장 연관설에 대하여]
70년대 한국 경제개발의 한 상징이었던 서울 청계천 고가도로 옆의 삼일빌딩의 실소유주에 대해 그동안 국내 언론에서는 꾸준히 조풍언씨를 배후인물로 지목해 왔다. 이에 대해 조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매입과정에서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시인했다.
조씨는 “삼일빌딩은 내가 주도하여 12명의 투자자를 모아 매입했다. 단독으로 한 것은 아니다. IMF 이후 당시 상황은 고층 건물들이 헐값으로 나와도 팔리지를 않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매입 과정에서의 특혜설에 대해서는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결국 네 번이나 유찰된 끝에 우리가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3백억원으로도 살 수 있는 건물을 5백2억원에 매입했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삼일빌딩을 인수한 홍콩계 회사 ‘스몰락 인베스트먼트’에 대해 조씨는 “당시 매입 투자에 참여한 이들 중에 나만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인이었던 데다가,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홍콩계 회사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씨는 “스몰락(small rock)이라는 회사 이름과 조씨의 호 ‘소암(小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조씨 개인 소유의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한편 삼일빌딩 매입 과정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자금 유입설에 대해서도 조씨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김 회장과 오랫동안 동문 선후배(경기고) 사이로 관계가 돈독했고 많은 신세도 졌다. 지금도 김 회장과는 자주 연락하고 있다. 다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