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호씨가 옥중에서 자신의 회사였던 삼애인더 스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눈길. 지난 2001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씨. | ||
이씨는 최근 자신이 경영하던 삼애인더스의 소액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다시 한번 경영권을 행사해서 회사를 일으킬 수 있도록 그에게 주식을 위임해달라는 부탁의 글이었다.
이씨는 주식 위임 대가로 소액주주들에게 현금이 아닌, 제3 법인의 새 주식으로 교환해주겠다는 이른바 ‘스와핑’의 전형적인 수법을 다시 들먹였다. 물론 제3 법인은 현재 그 실체도 없는 회사에 불과하다.
이씨의 예전 행각으로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은 삼애인더스의 소액주주들은 “이씨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지난 1월 <일요신문>은 게이트 정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최규선 진승현 윤태식씨 등이 여전히 구치소 내에서도 활발한 사업구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만 해도 이용호씨의 행적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씨도 이들 못지 않게 외부의 측근을 동원해서 사실상 ‘옥중 경영’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장인 최아무개씨의 형 등 친인척을 동원, 삼애인더스의 지분을 몰래 매입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 매입은 법원으로부터 “금감위에 보고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의결권 상실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현재 계열사 자금횡령, 주가조작 등으로 6년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이씨가 구속된 것은 지난 2001년 9월. 이때부터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이용호 게이트’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해 12월 차정일 특검팀이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이씨의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때 삼애인더스 주가의 폭발적 상승세를 이끌었던 전남 진도군 보물 탐사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고 이씨의 추가 비리가 속속 밝혀지면서 지난해 10월 삼애인더스는 결국 상장에서 퇴출당했다.
삼애인더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씨와 주변 측근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애인더스의 주식은 약 4백만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씨의 비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크게 손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그들이 보유한 약 8백만주에 해당하는 주식을 모아 지난 3월15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이씨와 측근 경영진 4명을 해임시켰다.
현재 삼애인더스의 대표는 소액주주 대표인 김영봉씨가 맡고 있으며 신임 이사 11명 역시 소액주주들이다. 이씨는 경영권을 상실한 셈이다.
이씨는 이 편지에서 “지금까지 성원해준 주주님 덕분에 이렇게 단절된 곳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한 마음으로 주주님과 좋은 일, 궂은 일을 함께 하고자 재기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자신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약 8백만주의 주식이 필요하다며, 이를 자신에게 위임해주면 반드시 회사를 정상화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를 위해 위임장 양식과 함께 향후 사업 계획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씨는 소액주주들에게 “현재 삼애는 상장폐지 상태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규 회사를 인수 합병하여 재상장시켜야 한다”며 “선착순으로 위임받은 8백만주를 제3의 법인 주식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응은 시큰둥함을 넘어서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소액주주 김아무개씨는 “이씨가 제시한 방법은 전형적인 스와핑으로 예전에 하던 버릇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결국 자기 자신은 돈 한푼 안 쓰고 우리들의 주식을 위임받아서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말이며, 제3 법인의 경영이 실패하면 우리 주식은 또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다른 소액주주 김아무개씨는 “누가 이씨의 말을 믿겠느냐. 어느 누구도 이씨의 또다른 사기 현혹에 넘어가는 바보는 없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현재 소액주주의 대표로 삼애인더스 대표직에 오른 김영봉씨는 “현 경영진이 자체 조사한 결과 이 전 회장이 빼돌린 회사 돈만 해도 약 4백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이 전 회장은 삼애인더스의 경영 정상화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다만 새 경영진이 공금횡령으로 자신을 추가로 고발할 것을 우려해 오는 9월 정기주총 때 자신이 경영권을 행사해서 이전 경영진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측은 “이 회장은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며 “솔직히 지금 차원에서 삼애인더스 등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장본인은 이 회장 당사자밖에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스와핑’식 주식 위임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현금이 있다면야 직접 주식을 사면 좋겠지만, 현금이 없는 데 따른 고육지책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구치소 내에 있는 이씨는 여전히 기세등등한 자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씨는 지난 4월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의 검찰 관계자, 수사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영봉씨와 가진 대질신문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크게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김씨에게 ‘너희같은 놈들한테 회사를 뺏겼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분하다’고 욕설을 섞어 얘기했고, 이에 김씨도 맞고함과 욕설로 크게 다퉜다”면서 “그 자리에 검사가 있었음에도 상관 없다는 듯 여전히 기세등등하고 안하무인적인 태도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