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시민단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 있는 단체들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불특정 다수로부터 기부금을 받으려면 1000만 원 이상은 지방자치단체에, 10억 원 이상은 안정행정부에 별도 등록해야 한다. 내가 고발한 단체들은 겉으로는 회원들 회비임을 내세워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회피하고, 뒤로는 불법 기부금을 모으면서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등 범법을 자행하고 있다. 해당 단체들은 자신들이 기획재정부에서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했다고 버틴다. 하지만 지정기부금단체란 회원들이 낸 회비나 후원금에 소득공제와 같은 세제혜택을 주는 것에 한한다.”
실제 안정행정부 민간협력과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별도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기부금품법이 규정한 기부금은 재난구제·불우이웃돕기·환경보전·국제교류사업 등과 같이 극히 제한적인 곳에만 사용해야만 하는 데 있다. 고발을 당한 참여연대 측은 “지정기부금단체로만 지정되어도 매년 모금액을 공시하고 기획재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며 “기부금품법 자체에 문제가 있어 등록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이송희 참여연대 운영팀장의 설명이다.
“시민단체는 대부분 별다른 수익 없이 어렵게 운영된다. 기부금을 건물 임대료나 인건비와 같은 경상비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임에도 기부금품법은 이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사실상 등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기부금품법은 30년 이상 된 낡은 법으로, 소액 기부문화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권에서는 기부금품법이 선거를 앞두고 정권 입맛에 따라 적용될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출산하는 그림을 전시해 논란을 빚은 홍성담 화백의 경우, 본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전시회를 주최한 평화박물관은 기부금품법 위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지난달에는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해온 강정균 마을회장 역시 기부금품법 위반과 교통방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평화박물관 역시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된 곳이다. 사실상 모든 지정기부금단체가 기부금품법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특정 단체만을 골라 압수수색 등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정기부금단체는 단체명이나 이사장 명의로 공직선거법 제58조(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에 의한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다. 때문에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을 때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같은 잣대로 지난해 9월 지정기부금단체가 된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이자 지역별 실행위원을 통해 신당 창당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문제가 없는 걸까. 내일 측은 “우리는 회원들이 낸 회비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기부금품을 모집하고 있지 않아 기부금품법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창당 작업은 새정치추진위원회에 일임했다. 내일 소속 실행위원 역시 창당발기인대회 등을 거치면서 폐기되거나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