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모바일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휴대폰까지 점령한 고스톱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온 국민이 즐기는 ‘국민오락’이자 ‘국민스포츠’로 통하는 놀이답게 한국 사회의 시대 흐름을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영하는 것이 바로 고스톱이다.
한동안 드라마 <올인>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올인 고스톱’, ‘올인 맞고’가 열풍처럼 번지더니 로또복권의 ‘대박 신화’를 등에 업은 ‘대박 고스톱’ ‘복권 고스톱’이 등장해 사람들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최근 야한 고스톱(일명 벗기기 고스톱 또는 에로 고스톱)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고스톱 판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위쪽)와 트리니티가 ‘벗기기 고스톱’ 캐릭터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
올해 들어 각종 고스톱 게임 캐릭터에 등장한 인물을 보면 사회적 관심사가 어디에 쏠려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안재모 주연의 드라마 <야인시대>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할 당시 인기를 끈 캐릭터는 ‘긴또깡’.
뒤를 이어 폭발적 인기를 끈 것은 드라마 <올인>의 주인공 민수연(송혜교)과 김인하(이병헌)다. 한편 이라크전쟁이 한창일 때는 세계적 관심의 초점이 됐던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벗기기 고스톱에 등장해 알몸이 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2월 벗기기 고스톱 전문 사이트를 표방하며 게임시장에 본격 뛰어든 (주)조아는 최근 ‘홀딱 고스톱’, ‘홀딱 맞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벗기기 고스톱에 참가하려면 먼저 캐릭터몰에 들어가 수십 종의 캐릭터 중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구입(유료인 경우)해야 한다. 이곳에서 현재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는 영화
영화 개봉과 동시에 가장 최근 업데이트돼 인기를 끌고 있는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는 둘 다 유료 캐릭터로 가격이 1천8백원이다. 네오와 트리니티가 입고 있는 옷은 7~9벌 정도이며 속옷으로 갈수록 옷 벗기기가 어려워진다.
마케팅팀 정지철 팀장은 “홀딱 고스톱의 하루 방문자 수는 20만 명에 달한다. 그중 <매트릭스2> 주인공 캐릭터를 구입해 게임하고 있는 사람은 약 1천 명 정도다. 실사가 아닌 정교하게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익히 알고 있는 유명인의 알몸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주인공으로 한 노무현 고스톱게임이 등장하자 인수위측은 “당선자의 캐릭터가 사행심을 조장하는 상업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캐릭터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고스톱은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 중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살아남은 사람은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한 고스톱 전문 게임사이트에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고스톱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부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정일과 부시, 노무현 대통령에, 최근 ‘거지왕’으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스톱 판에서 맞수로 붙은 것.
이들 캐릭터는 각자의 개성(?)에 걸맞게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폭탄(같은 무늬의 패 3장을 들고 판에 깔린 패를 먹는 것) 또는 뻑(상대방 또는 본인이 싼 패)난 것을 먹었을 경우 일반 고스톱 룰은 상대방의 피를 한 장씩 가져온다. 그러나 네 명의 캐릭터는 일반 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코드가 맞는 사람’을 유난히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상대가 딴 패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1개를 가져올 수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제네바협약에서 탈퇴한 김정일은 상대방이 딴 패 중 1개를 택해 무효화시킬 수 있다.
부시는 ‘람보 부시’ 명성(?)에 걸맞게 상대방이 딴 광, 열, 띠, 피 중 각각 한 장씩을 골라 총 네 장을 한꺼번에 가져올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상대방의 패 중 가장 중요한 패 2장을 선택해 가져올 수 있다. 화투판에서 이들의 인기는 언제쯤 수그러들까.
초고속 인터넷 속도에 걸맞게 초고속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고스톱 게임. 그 가운데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캐릭터에 사람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화투판에 등장해 수모 대상이 되거나 만인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현실에서 이미지 관리에 한층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박은경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