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시 가능동 속칭 ‘문신거리’가 경찰의 집중단속 이후 썰렁해졌다. | ||
이곳 문신 시술업자들은 아예 군대 안가는 문신 시술법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 신세대 사이에 문신이 하나의 ‘문화 코드’로 떠오르면서 호기심 어린 발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일 의정부시 가능동 주한미군 2사단 주변. 부대 정문을 중심으로 이국적인 모습의 간판이 눈에 띈다. 도로 곳곳에는 경찰이 삼엄한 경계 근무를 펴고 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1주기를 앞두고 혹시나 있을 시위에 대비하는 듯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문신 시술소를 뜻하는 ‘Tattoo Shop’의 흔적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은 한때 ‘문신의 메카’로 명성을 떨쳤던 거리였다. 호황기인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30여 개 업소가 ‘Tattoo Shop’이란 간판을 내걸고 경쟁을 벌였을 정도.
여러 차례의 수소문을 통해 L미군 전용 클럽 주변의 문신 시술소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썰렁한 가게에 업주는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맞은 편 가게의 경우도 ‘Tattoo Shop’을 나타내는 간판 흔적만 남아있을 뿐 문은 굳게 닫혀있다.
이는 최근 이곳 문신업소들이 경찰과의 한바탕 대규모 전쟁을 치른 탓이다. 이곳에서 만난 M문신 시술소 매니저 김아무개씨(36)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문신이 의료행위로 분류돼 있어 의사 자격증이 없으면 시술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때문에 지난 2년간 경찰이 집중 단속을 벌여 대부분의 업소가 간판을 내렸다는 것.
▲ 사진은 남아있는 업소의 간판과 문신한 남성의 등. | ||
주택가로 숨어들어간 문신 업소들의 표정은 ‘극과 극’. 단골 손님 위주로 영업하며 몸을 사리는 업소와 걸려도 돈만 벌고 보자는 ‘막가파형’이 공존하고 있다.
김씨의 경우는 전자에 속한다. 얼마전 경찰 단속에 걸려 2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일부 업소의 경우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손님을 끌어들일 뿐 아니라 아예 ‘군 기피용’ 문신 시술을 전면에 내세운 채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우리 업소만 해도 군 면제를 위한 문신의 가격이나 방법을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오지만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신생 업소의 경우 ‘걸려봐야 벌금밖에 더 물겠냐’는 ‘막가파’ 의식이 팽배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역 입영을 피하기 위한 문신 기준을 줄줄이 꿰고 있다. 현행법상 어깨나 가슴, 등, 다리 전체에 문신을 하거나 7cm 범위 이내 7개 이상의 문신이 있을 경우 4급 판정을 받아 현역에서 제외된다는 것. 이 같은 점을 악용해 일반 문신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부르며 불법적인 시술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신 장비는 주로 미군을 통해 은밀히 반입한다. 김씨는 “외국의 경우 문신이 합법적으로 시술되고 있기 때문에 문신용 바늘이나 색소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며 “평소 알고 있는 미군이 휴가를 나갈 때 장비를 사오도록 부탁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인터넷까지 동원해 불법적인 시술을 벌이고 있다. 실제 의정부 가능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K문신시술소의 홈페이지로 들어가 봤다. 게시판을 열자 문신 시술을 문의하는 글들이 즐비하게 펼쳐진다. 이곳에서도 “병역을 면제 받으려면 어느 정도 문신을 해야 하느냐”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신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병역 면제를 받는 것은 아니고, 잘못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신을 통한 군 기피자들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히면서 최근에는 역으로 문신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새로운 풍경도 생겨나고 있다.
의정부시 용현동의 U피부비뇨기과 관계자는 “문신을 지우려고 하는 문의전화가 평소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것이 최근 들어 3∼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화장 문신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등에 난 용 문신 등을 지우기 위해 찾는 경우도 가끔 있다”며 “나이가 어린 점으로 봐서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문신을 했다가 최근의 단속에 겁을 먹고 지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석 프리랜서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