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 결단식에서 김재열 선수단장이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지난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김 회장은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IOC 위원의 임기는 80세로 이 회장의 나이(72세)를 고려해본다면, 사위인 김 회장이 이 회장에 이어 차기 IOC 위원 후보로 유력하게 꼽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장인의 그늘에서 벗어나 김 회장의 스포츠 외교 분야의 역량과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국제무대 데뷔전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대표팀은 기대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빅토르 안(안현수)이 선전하면서 ‘안현수 사태’가 다시금 불거져 빙상연맹의 내부 파벌 싸움과 비리 등이 까발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1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안현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 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조사를 지시했다. 빙상연맹을 향한 비난 여론에 대해 김 회장은 “지금은 열심히 선수들만 응원하고 있다”고 짧게 언급할 뿐이었다.
김 회장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고전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인으로서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초고속 승진하며 승승장구해왔다. 이서현 사장과 결혼, 2002년 제일기획을 통해 삼성그룹에 입사한 김 사장은 2010년 12월 삼성 임원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개월 후인 2011년 3월에는 사장에 올랐다. 그리고 2011년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이번에는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옮겼다.
그런데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실적 부진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분기에 2198억 원, 2분기 887억 원, 3분기에만 74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누계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김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회사의 실적부진과 빙상연맹의 문제가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실적부진은 김재열 사장의 경영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이전 사장·경영진의 경영판단 실수가 이제 와서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안현수를 둘러싼 빙상연맹 파벌 싸움 문제도 엄밀히 따지면 김 사장이 연맹 회장을 맡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며 “김재열 사장이 이건희 회장의 사위이자,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차남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 주목을 받은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내부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중이라는 것.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손해를 모두 상쇄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2012년 하반기 이후 수주한 프로젝트가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에 반영되기에 경영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7일 알제리 티미문 지역에 8억 달러(약 8500억 원) 규모의 천연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며 실적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