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한눈에 안 들어오는 이 국회 상임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토인 ‘창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현 정부 들어 주목받았다. 하지만 미방위는 방송법 논란으로 지난해 9월 정기국회부터 법안이 모두 표류되면서 법안 통과 ‘0건’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월 임시국회 마감 시한을 앞두고 그간 쌓여왔던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모여 방송법에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새누리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기대주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미방위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단말기 유통법 등 100여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미방위 위원들과 한선교 위원장의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그동안 KBS 수신료 인상과 종합편성채널 논쟁 등 방송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있어왔다. 미방위에서도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됐다. 지난해 3월 민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의 국회 설치를 제안했고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여 KBS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 공영방송 이사 자격 기준 강화, 방송사의 사측과 종사자 측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된 내용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하면서 ‘미래창조과학통신’ 관련 300여 법안들까지 모두 발이 묶였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지연됐던 이유도 방송사 관계자 불출석 문제 때문이었다. 당시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자 여당은 별도로 논의하고 국감을 우선 진행하자고 한 반면 야당은 동행명령장 발부나 처벌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2월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임시국회가 시작된 후 미방위는 2월 한 달간 1주일 단위로 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위에서 합의된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 관련된 법 6건 중 4건은 미방위 소관이지만 2건은 운영위 소관으로 분류되면서 갈등을 빚었다. 민주당은 문제의 법안 2건을 처리하겠다는 원내수석부대표 간 합의문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 측에서 이뤄지지 않아 소위가 파행됐다.
‘문제 상임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임시국회가 끝나기 이틀 전인 지난 2월 26일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법안 소위에서는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올해 2월 임시국회로 넘겨진 방송법 개정안과 단말기 유통법을 포함한 100여 법안들이 논의선상에 올랐다.
회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합의됐다. 해당 법안에는 KBS 사장 청문회를 국회에서 실시하고 지상파 및 종편 4사에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방송법을 포함한 단말기 유통법 등 표류했던 법안들은 다음날인 27일 오전 상임위 회의를 거쳐 본회의로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이 달라지며 미방위는 전쟁터로 변했다. 오전에 열린 법안소위에서는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이 불참하면서 인원수 부족으로 또 다시 파행됐다. 소위 파행 당시 미방위 내부에서는 “조·중·동과 종편이 크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새누리당이 그간 합의했던 것을 번복해 편성위원회에서 민간 방송사는 예외로 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다.
이날 미방위에 소속된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지상파뿐 아니라 종합편성 채널, 보도전문 채널에도 편성위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이 같은 내용은 민간방송사들의 편성력까지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편성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민간방송사의 프로그램 편성 독립성을 침해하는 이 같은 내용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본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측은 또한 “KBS 사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에도 문제가 있다. 국회가 국정감사 등으로 감독 권한이 있는데도 KBS 사장에 대해 인사청문회까지 하는 것은 언론 능력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소위가 파행하자 미방위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 다시 소위를 열고 10시에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는 계속되는 입장 차이로 다시 머리를 맞대지 못했다.
민주당 측은 방송사에 굴복했다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민주당 측은 “새누리당이 방송공정성 특위 합의 사항으로 여야 원내대표가 어렵게 재합의한 사항이기도 했던 방송 공정성 관련 세 가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일부 종편 신문사의 호도에 부화뇌동해 방송법의 근간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방송법 싸움에 또다시 미방위는 2월 임시국회까지 법안통과를 시키지 못한 유일한 상임위가 됐다. 한 미방위 관계자는 “이번에 방송법 통과가 안 되면 4월 국회로 가야 하는데 그때도 통과가 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미방위 법안 통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게 됐다”고 털어놨다.
박근혜 정부에서 부각됐던 미방위였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호감’ 상임위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미방위 관계자는 “방송법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싸워오기만 했다. 그렇다고 다른 법안 활동이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며 “사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곳은 인기 있는 상임위가 아니다. 미방위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주로 지역구에 관련된 법안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상임위는 국토교통위나 교육문화위 같은 곳이다. 미방위는 일부 관심 있는 의원들만 열심히 활동하고 나머지는 시큰둥한 분위기다”라고 귀띔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