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이 김상곤 교육감에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내 경기지사 선거판이 출렁이고 있다. 사진은 김 교육감이 자신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아직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김문수 지사가 사실상 3선 도전 포기를 굳힌 경기지사는 무주공산으로 떠올랐다. 정병국, 원유철 의원 등 여권 인사와 원혜영, 김진표 의원 등 야권 인사가 저마다 출사표를 던지며 여야 현직 의원들의 경합 형국으로 치달았다. 그런데 여기에 느닷없이 ‘김상곤발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정계 입문 가능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된 얘기지만, 최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측의 공개적인 러브콜과 이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 선언으로 경기지사 선거판이 휘청거리고 있는 중이다. 김 교육감은 지난 2월 17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안철수 의원을 만난 뒤, 2월 24일 늦은 밤 회동을 갖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회동 다음날 예정된 긴급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는 의문의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교육감은 민주당 일부 진영으로부터도 정계 입문 제안을 받아왔지만 최근 안 의원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인해 신당 측과 좀 더 가까워졌었다”며 “긴급 기자회견 취소도 야권 양당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하고 자신의 출마 여부를 숙고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사실상 두 당이 합치기로 해 출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관측했다.
일단 기존 여권 후보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뜨겁다. 원유철 의원은 26일 오전 중진연석회의에서 “김상곤 교육감은 이제 정치 교육감이 됐다.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정병국 의원도 “김 교육감이 지사 출마 문제를 두고 안철수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한 후 25일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은 그가 교육감과 지사를 놓고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이라며 “김 교육감도 문제지만 그의 행보에 일희일비하는 민주당과 안 의원은 더 큰 문제”라고 야권을 압박했다.
김 교육감이 경기지사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선 3월 6일까지 교육감직을 사퇴해야 한다. 교육감 3선 도전과 경기지사 출마의 갈림길에 선 김 교육감의 선택은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문용린 서울교육감 역시 이미 지난해부터 ‘정치 외도’에 대한 가능성이 타진되어 왔다. 지난 1월 문 교육감의 출판기념회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이혜훈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 등 거물급 여권 인사들이 총출동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단 문 교육감은 지난 1월 23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권의 러브콜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교육감 재선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하지만 후에도 정치권의 영입 제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그의 행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왼쪽부터 문용린 교육감, 조전혁 전 의원.
조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엔 또 다른 서울교육감 후보군 중 한 명인 고승덕 전 의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조 전 의원은 고 전 의원을 가리켜 “나와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경쟁할 수도 있는 한 분이 참석하셨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이명박 정부 당시 제18대 국회 초선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원외 인사다. 여권 내에서는 드문 호남 출신인 데다 19대 국회 들어 세가 약화된 소장파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여기에 임기 말 각각 ‘전교조 출신 교사 명단 공개 후 유죄 판결’, ‘당 지도부 돈봉투 살포 의혹 폭로’ 등 논란 속에서 낙천 후 재선에 실패한 행보도 비슷하다.
이러한 배경 탓에 두 정계 인사의 교육감 출마는 앞서 김상곤 교육감과는 다른 측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 출신의 교육감 출마 자체가 김 교육감과는 정반대의 외도 행보라는 의견이다.
이번 교육위원 선거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어쨌든 두 사람 모두 당내에선 낙천 이후 정계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 아닌가”라며 “아무래도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들의 교육감 선거 출마가 향후 본인의 정계 복귀를 위한 발판 아니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교육감이 무슨 정치인들이 잠시 쉬다 가는 휴양소인가. 이러다 교육 자치제를 표방하기 위해 나온 교육감 직선제가 정계 2중대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교육 분야에서 활동한 이력은 있다. 조 전 의원은 정계 입문 이전부터 대학 강단에 섰으며 뉴라이트 계열인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의 상임대표를 역임하는 등 원내외에서 ‘전교조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고 전 의원 역시 상임위는 정무위 소속이었지만, 청소년 복지 및 교육 활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낙천 후에는 대안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 내부에선 두 사람 모두 정통성과 전문성만 따지자면 다른 후보에 비해 지나치게 편향됐거나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계와 교육계의 교차 행보는 역시 개혁과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현재의 교육감 제도가 큰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앞서의 대학교수는 “현재 교육감 입후보자 제한 자격은 사실상 없다. 최근 국회에서 3년 교육경력 제한 자격을 논의 중이지만, 이번 선거와는 무관하다. 광역 단위의 교육 예산 집행과 인사 등 총체적이면서 전문적인 행정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지만, 자격 요건이 너무 빈약하다”며 “결국 입후보 자격을 확충해 전문성을 살리고 정계와 교계의 문턱을 높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