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인 B회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에 올랐으며, 한때 재계에서는 그를 장래가 촉망되는 차세대 경영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A그룹은 90년대 중반 이후 그룹 전체가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 막대한 부실이 누적되면서 IMF 사태 직후 수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B회장은 현재 부인과 이혼하지 않은 채 별거 상태에 있으며, 그는 본가가 아닌 곳에서 다른 여자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재계에선 비교적 젊은 나이에 회장에 오른 B회장의 사생활에 대해 여러 얘기가 오갔었다. 하지만 확인이 어려운 관계로 대부분 루머 수준에서 끝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일요신문> 취재진에 B회장의 사생활과 관련, ‘두집 살림’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믿을 만한 재계 소식통이 전하는 얘기였다. 취재진은 두 가지 루트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B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와, 사업상 관계가 있는 또 다른 인사에게 탐문과정과 확인작업을 벌인 것. 해당인사들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다가 나중에 B회장은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살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취재 결과 이 인사들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까지 공식적인 B회장의 거주지는 서울 종로구 K동 자택. 그는 이 주소지에서 부인 D씨, 그리고 두 자녀와 함께 살았다. 그러다 그는 지난해 중반 서울 서초동 S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주소지를 옮겼다. 물론 본부인과 두 아이는 K동 자택에 그대로 남겨둔 상태였다.
왜 그랬을까. 이는 50대의 그에게 일곱 살짜리 늦둥이가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B회장의 측근 인사에게 확인한 결과 늦둥이 아들 C군의 모친은 B회장의 본부인 D씨가 아니라, 올해 마흔 살의 L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L씨와 C군은 현재 B회장의 서초동 집 인근인 방배동 W빌라에 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B회장의 본부인이 살고 있는 K동 소재 빌라와 B회장이 살고 있는 서초동 S아파트는 모두 전세로 돼 있지만, L씨와 C군이 살고 있는 방배동 W빌라는 L씨 명의로 돼 있는 부분. 이는 그룹 전체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B회장이 경영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법적인 가족 명의의 재산을 차명으로 전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것.
어쨌든 B회장은 늦둥이 아들과 내연의 처가 살고 있는 인근으로 주소지를 옮긴 것이다. 두 사람 사이를 아는 주변인사들은 “둘의 주소지가 다르지만 사실상 동거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재계에서 한때 ‘B회장이 이혼했다’고 알려진 것은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 일각에선 B회장이 지난 94∼95년 무렵에 한 여인에게 빠져 결혼생활을 등한시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의 이혼설이 떠돌기도 했다.
이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B회장과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L씨이다. 이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상당한 미모를 갖춘 것으로 알려진 L씨는 한남동에서 비밀요정을 운영하던 마담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의 소개로 이 요정을 자주 찾았던 B회장은 미모에 사근사근한 품성을 가지고 있던 L씨에게 끌려 외도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 결국 이들 사이에 지난 96년 C군이 태어났고, 이 아들은 B 회장의 호적에 올려졌다. 물론 호적에는 생모 L씨의 이름이 함께 올랐다.
한남동의 이 요정을 가끔 찾았다는 재계의 한 인사는 “당시 L씨 때문에 B회장이 이혼한 것으로 재계에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B회장이 공식적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에 이미 두 사람이 사실상 동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이 자식을 낳고 사실상 부부처럼 지내면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변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회사 사정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두 사람의 관계가 본부인에게 알려지면서 가정불화도 극심했던 것.
특히 B회장이 이끌던 A그룹은 늦둥이 C군이 태어나던 지난 96년을 전후해 급격히 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어진 것이다.
물론 B회장의 부인 D씨의 심적인 고통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명문대의 학내 미인 콘테스트에 뽑히기도 하는 등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재원으로 유명했던 D씨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것.
D씨는 지방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던 부친을 둔 평범한 집안의 딸. B회장과는 친구 소개로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 재벌가로 시집가면서 행복을 누릴 것 같았던 D씨의 꿈은 결혼생활 20년 만에 B회장의 외도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B회장이 한창 L씨와 외도를 하고 있던 지난 96년 초 D씨는 개명까지 할 정도로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주변에선 그의 개명을 B회장의 외도와 관련지어 풀이했다.
어쨌든 D씨는 B회장이 두 집 살림을 공식화한 지금까지도 이혼을 해주지 않고 두 자녀와 따로 살고 있다. B회장과 가까운 정계의 한 인사는 “A그룹의 사세가 기울게 된 가장 큰 이유가 B회장이 L씨에게 너무 빠져 사업을 등한시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B회장은 A그룹의 부실화로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책임 추궁을 눈앞에 둔 처지다. 때문에 그의 이런 부도덕한 사생활은 또 한 차례 부실기업주의 모럴해저드로 여론의 질타를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