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 전경 | ||
강원랜드가 설립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사원의 전면 감사를 받았다. 아직 감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감사기간이 보름 정도밖에 안돼 전면적인 감사가 이뤄졌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박 겉핥기식 감사’에 그쳤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그동안 정·관가에 강원랜드와 관련해 수많은 비리의혹들이 제기된 점으로 미뤄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충격적인 내용이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예측이 많은 상황이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이 이번에 중점적으로 감사한 항목은 강원랜드의 ▲사업승인 ▲출자 ▲경영관리 ▲예산집행과 회계처리 등 크게 네 가지. 그러나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낙하산 인사 및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에 대한 감사는 이번에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져 알맹이는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감사를 놓고 정·관가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실세들과 유착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강원랜드에 대한 기획사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특히 김대중 정부의 핵심 실세와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식 전 강원랜드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지난 7월2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라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강원랜드는 지난 98년 6월 자본금 4백86억원으로 설립된 이후 이번에 감사원의 첫 전면감사를 받았다.
강원랜드는 영업개시 2년 반 만에 급성장을 해왔다. 스몰카지노가 문을 연 2000년 9백9억원이던 매출은 2001년 4천6백20억원, 지난해 4천7백61억원 등을 기록했다. 지난 2001년 10월엔 코스닥시장에도 등록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의 그늘 속에 강원랜드는 각종 사건과 의혹들에 휘말렸다.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말까지 오갔을 정도. 특히 초기에는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의혹으로 큰 물의를 빚었으며, 직원들간의 편가르기와 알력으로 분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장부를 조작, 거액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으며, 메인카지노 공사 수주와 카지노 장비 입찰 과정에서도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7월7일부터 18일까지 ‘제3섹터 출자법인(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공동출자한 독립 법인)’ 감사를 통해 민관이 공동 설립한 합작투자회사 열세 곳의 운영실태를 조사하면서 강원랜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총 6명의 감사 인력을 투입했으나, 적발내용 확인 등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감사기간을 닷새 더 연장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감사원이 감사기간을 연장할 경우에는 비리적발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감사에서 그동안 의혹만 제기됐던 강원랜드의 내부비리가 상당부분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에서는 강원랜드의 사업승인과 출자, 경영관리, 예산 집행과 회계처리 등 네 개 항목을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호텔과 카지노 운영을 위한 기자재, 설비, 시스템 등의 구매와 부대 건설 공사 추진과정에서 예산 과다 계상, 중복 투자, 공무원 횡령·유용 등이 발생했는지도 감사 대상”이라며 “강원랜드가 목적외 사업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감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내용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친 다음에야 공개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강원랜드가 지난 3월 오픈한 메인카지노의 슬롯머신을 구입할 때 구입비를 과다 계상했고,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권력실세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랜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스몰카지노에 사용됐던 슬롯머신과 룰렛, 바카라 등의 게임테이블 구매 당시부터 권력층의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개입한 인사는 권력 실세 H씨였으며, 그의 지원을 받은 업체가 카지노 관련 물품을 납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슬롯머신의 경우 “권력층과 밀착된 것으로 알려진 K사와, H사, M사 등 3개사가 수의계약 형식으로 대당 3천8백만원에 납품했다”고 구체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수입 부품을 이용해 국내에서 슬롯머신을 조립 생산하면 대당 1천6백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는 지난 3월 개장한 메인카지노의 슬롯머신을 구입할 때도 이처럼 비싸게 구입한 의혹이 제기돼 이번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올랐다. 과다 계상한 예산의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이런 이유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 실세들을 제거하기 위한 기획사정이라는 해석도 오가고 있다.
또한 메인카지노의 콘텐츠 관리시스템(CMS)과 보안감시 시스템 입찰 과정에서도 특혜의혹이 불거진 상황. 메인카지노 보안감시시스템은 지난해 7월 D사에 1백90억5천만원에 낙찰됐는데 강원랜드와 이 업체간에 밀약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D사의 대주주가 바로 김대중 당시 대통령 가족들과 친분이 두터운 무기중개상 조풍언씨라는 점 때문.
한편 강원랜드의 회계 투명성도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부분. 실제로 강원랜드는 올해 실적 추정치를 지나치게 축소 전망해 금융가에서는 이 회사의 회계 투명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강원랜드가 예상한 올해 순익은 1천6백억원. 이는 지난해의 2천3백억원에 비해 무려 30%나 줄어든 것이다. 매출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회사측은 자체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치는 전문가들의 전망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 메인카지노 개장과 함께 매출과 순익이 전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 회사의 회계 부분을 주요 감사 대상으로 정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기저기서 강원랜드 회계의 투명성에 의혹을 제기하다 보니 감사원도 이를 간과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감사원의 감사 기간이 너무 짧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불거졌던 각종 비리 의혹을 불과 보름 정도의 감사를 통해 밝힌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기간이 길어지면 강원랜드 회사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짧은 기간에 감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첫 전면 감사는 지난 25일로 일단 끝났다. 조만간 감사 과정에서 밝혀진 강원랜드의 비리 의혹이 공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