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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공동취재단 | ||
정 회장의 유서 전문이 뒤늦게서야 공개됐던 점, 죽음 직전 재미교포인 친구와의 만남에서 나눈 대화 내용,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이한 장소가 자살을 하기엔 부적절한 장소라는 점이다.
세 가지 미스터리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그의 죽음에 배후가 있다는 식의 음모론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의 죽음에 얽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알아봤다.
[1.유서 3통 중 1통은 왜 늦게 공개했나]
현재 정몽헌 현대 아산 회장의 죽음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단연 정 회장이 남겨 놓은 세 통의 유서다. 정 회장은 죽기 직전 김윤규 사장과 부인 현정은씨, 그리고 현대 직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 앞으로 모두 세 통의 유서를 A4용지 넉장에 걸쳐 남겨 놓았다.
경찰은 4일 오후 유족의 동의를 거쳐 뒤늦게 유서 원본을 공개했다. 유서에는 김 사장에 대한 애정과 가족을 걱정하는 가장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는 원본에 앞서 4일 오전 먼저 공개된 유서 사본의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유족은 유서 원본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무척이나 꺼렸다. 때문에 유서 원본은 4일 오후 늦게서야 기자들에게 공개됐던 것.
4일 오후 현재까지 공개된 부분이 유서의 전부라고 한다면 유족이 유서의 전면 공개를 꺼릴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유족이 유서 공개에 거부감을 느낀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무언가 ‘껄끄러운’ 부분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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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바 전경 | ||
사망 직전의 정 회장 행적을 수사한 경찰은 정 회장의 부인과 고교 친구 등의 진술을 통해 사건 전날 행적을 파악했다. 먼저 정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2시40분 하얏트 호텔에 머물고 있는 고교 친구 박아무개씨를 찾아갔다.
호텔 로비에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한 시간 남짓 사우나를 한 뒤 저녁 무렵 강남구 도산공원 부근의 R한식집을 찾아 먼저 기다리고 있던 정 회장의 가족들과 합류했다.
정 회장의 부인 현씨와 딸, 손윗동서와 동서의 딸 등 정 회장을 포함, 모두 6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정 회장 일행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했다. 두 시간 남짓한 식사가 끝나자 정 회장은 가족들을 먼저 집으로 보낸 뒤 친구 박씨와 따로 남았다.
두 사람이 찾아간 곳은 정 회장이 생전에 자주 찾던 청담동의 W바. W바를 찾은 정 회장과 친구 박씨는 이날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모두 세 시간에 걸쳐 와인 두 병을 비웠다. 박씨는 경찰에서 “이 자리에서는 골프나 가족 이야기 등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었다”고 말했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정 회장에게서 죽음의 그림자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박씨의 진술. 그렇지만 이때가 정 회장이 죽기 바로 2∼3시간 전이었고, 상대가 정 회장과 매우 가까운 고교친구 박씨라는 점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사망 몇 시간을 앞두고 아무런 허물없이 서로의 진심을 터놓을 수 있는 오랜 친구를 만나 과연 일상적인 이야기만 나누었을까 하는 의문이 바로 그것. 경찰 역시 “박씨는 계속적으로 접촉하면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계속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보면 이번 사건은 사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조차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자살 당시의 현장을 목격한 사람도 없고 유서의 필적 감정도 4일 오후 현재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타살이라 단정할 만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반대로 자살이라고 단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도 없는 상황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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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동 현대사옥 창문 | ||
게다가 정 회장이 떨어져 내린 12층 회장 집무실 창문은 폭 37cm에 불과한 좁디좁은 창문이었다. 투신 자살 장소로 선택하기에는 영 마땅치 않은 장소였던 것.
또 정 회장은 지난 3일 죽기 하루 전 결심이라도 한 듯 가족들과 친한 친구와 연쇄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그렇지만 친구 박씨는 물론 정 회장의 부인 현씨 역시 “평소 대북송금 문제로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사망 전날 식사를 함께 할 때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른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이상 관련자들의 진술과 사건의 정황을 종합해 보면 정 회장의 죽음은 그야말로 뜻밖의 죽음이며 수수께끼를 남긴 죽음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사건의 전모가 명확하게 드러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