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때의 손명순 여사. | ||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당시 몇몇 장관 부인들은 선물로 양장점 옷을 많이 가지고 왔다. 그들은 영부인이 어디에서 옷을 해 입는지 전부 알고 있다. 그래서 양장점 주인에게 가서 ‘영부인용’이라며 부탁하면 양장점에서 만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옷을 만들어 청와대로 가지고 왔다는 것.
당시 손 여사는 장관 부인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주지 않았다. 그리고 부속실에도 같은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옷을 직접 전달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부인들은 으레 면회실에 옷을 맡겨놓고 갔다. 면회실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받은 다음 부속실에 연락을 하면 정 부속실장이 모두 돌려보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런 일이 자꾸 일어나자 정 실장은 면회실에 명령해서 “선물도 내가 확인하지 않는 것은 절대 받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렇게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옷로비’는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 실장은 생각 끝에 영부인이 애용하는 양장점 한복점 두 집의 사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지금부터 나와 (손 여사) 며느리 외에 어떤 사람이 옷을 만들라고 해도 만들지 말라. 그리고 영부인 입는 옷의 라벨을 전부 떼라”고 지시했다.
그 다음부터 ‘옷로비’는 없어졌지만 정 실장은 그때 부속실장이란 자리가 그렇게 사소한 것에까지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