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 후속타로 검찰의 자체 감찰권을 법무부나 제3기관에 넘기는 작업에 돌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법무부와 검찰간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또 권노갑 전 고문의 긴급체포에 이은 구속,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 현대비자금 수사를 통한 정치자금 추적 등 검찰의 여권을 겨냥한 수사 칼날이 예리해지자 여당도 이례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흔드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과 감찰권 이양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 검찰 감찰권 이관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은 송광수 검찰총장, 오른쪽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 임준선·이종현 기자 | ||
최근에도 강 장관은 “검찰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은 개혁과제여서 더이상 미룰 수 없으며 가부간 연내결정을 내려야한다”고 밝혔고 청와대도 “검찰의 감찰권을 법무부로 이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차원의 감찰권 이관 논의가 본격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송광수 검찰총장은 즉각 “법무부에 감찰부서를 신설하더라도 검찰조직 내에 감찰 기능은 그대로 존속할 필요가 있다”며 “감찰권은 검찰이 가지고 그것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법무부도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가지면 감찰이 더욱 철저히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자체 감찰권 존속을 주장했다.
송 총장은 이어 “정부기관이든, 권력이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자기 자신을 감찰하지 않는 기관이 어디 있느냐, 사람도 가려운 곳이 있으면 자기가 긁고, 그것이 안되면 남이 긁어주지 않느냐”며 “감찰권 이관과 관련해서는 좀 더 법무부와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송 총장도 검찰에 대한 감찰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식구 단속에 나름대로 주력해 왔었다. 지난 4월 취임 초부터 송 총장은 ‘남의 비리를 꾸짖기 위해선 내 몸부터 깨끗해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첫 과제로 검찰 스스로에게 가혹한 기준을 갖추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자체사정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대검은 감찰부를 검찰총장 직속기구로 바꾸고 감찰기능 강화를 위해 검찰연구관도 증원했다.
또 대검의 감찰인력만으로는 전국 검찰청의 상하위직 직원들에 대한 감찰활동이 어렵다고 판단, 감찰부는 검사 및 5급 이상 검찰직원에 대한 감찰에 주력하는 대신 전국 5개 고검에 사무감사와 기강감사를 대폭 위임하는 등 산하 지검·지청에 대한 감찰활동을 강화했다.
이런 덕분에 감찰 기능은 역대 검찰총장 중 최고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감찰부는 검찰 식구가 아니다’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혹독한 감찰을 감행했다.
지난 5월 용산서 법조 브로커 사건과 관련 현직 검사 20여 명의 이름이 법조 브로커 통화내역에서 나오자 대검 감찰부는 해당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아 진상조사에 착수, 일단 ‘빼도박도 못할’ 물증이 잡힌 현직 검사 3명을 징계위에 회부하고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혐의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정연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씨를 검찰의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시킨 책임을 물어 현직 검사 1명을 법무부에 징계 청구하기도 했다. 또 2001년 강원랜드에서 무료숙식을 제공받은 검사 3명에게 변상조치토록 하고 징계회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장면 ‘몰카’ 촬영 및 언론사 배포사건 중 청주지검의 현직 부장검사가 사건 용의자를 비호하고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특별감찰반을 편성, 진상조사와 사태 진화에 나섰다.
결국 이 사건은 ‘몰카’ 촬영을 주도한 검사가 수사망이 좁혀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역공작으로 의혹을 퍼뜨렸다는 석연치 않은 결론에 도달했지만 이례적으로 사건 수사 도중 특별 감찰반까지 구성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 같은 활발한 검찰의 감찰 활동에도 불구하고 외부적으로는 ‘징계에 회부된 검사들과 그들의 비위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감찰 5일 만에 현직 부장검사의 수사 중지 압력 등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식의 지적과 함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송광수 검찰총장 출범 전 역대 검찰의 감찰은 딱히 호평을 받지 못했다. 2001년 9월 이용호 게이트에 검찰 고위 간부가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은 사상 처음 특별감찰본부까지 신설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었다.
현직 고검장이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였지만 결국 검찰의 자체 감찰은 빛을 보지 못한 채 특검에 넘겨져 당시 검찰총장까지 연루되는 비리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에 치명타를 입혔다.
지난해 7월에는 검사장이 기업 로비스트와 부적절한 돈관계를 갖다가 적발돼 옷을 벗고 기소까지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기양건설 로비스트에게서 부도어음 매입을 도와 주는 대신 1억원을 빌려 제때 갚지 않다가 사건이 불거진 다음에 변제한 혐의를 받았었다. 또 93년 6월에는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 정덕진씨의 동생 덕일씨로부터 5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고검 검사장이 형사처벌을 받은 기록도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비리로 국민은 신뢰를 저버렸고 비리 사실이 적발될 때마다 검찰의 자체 감찰 결과 발표는 사건을 속시원히 알리고 사죄하기보다는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한 방편으로 기능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비판과 함께 외부 기관으로의 감찰권 이양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검찰의 자체 감찰권 행사는 외부에서 제기된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수준이면서도 외부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는 형식이 아니라 자체적인 노력을 보이려는 미봉책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사권이라는 막대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라도 감찰권은 외부기관에 이양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변호사는 “검찰 비리 사실 등이 적발됐을 경우 가장 적절한 초동조치는 검찰 자체적인 조사일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자체 감찰권의 일부 존속은 필요하고 대외적인 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검찰이 아닌 다른 기관의 2차적 감찰활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이나 여론을 의식할 때 검찰의 감찰권 이양 문제는 ‘이양’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송광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내부 의견처럼 자체 감찰 부서의 존속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그 형식은 확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홍성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