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19일 노사모 주최 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명계남씨와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국민참여는 올 1월 초 ‘국민의 힘’ 공동대표인 이상호씨가 노사모의 하성흡 대표와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대표필자 등에게 처음 제안, 뜻을 함께하면서 탄생하게 됐다. 국민참여는 이들 3인 공동대표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비록 시한을 정해놓기는 했으나 국민참여의 탄생에 비상한 시선이 쏠리는 것은 이들 세 단체의 결합이 사실상 친노 성향 시민운동의 대대적인 재점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세 단체는 지난해 12월19일 노 대통령이 참석해 논란을 불렀던 대선 승리 1주년 기념행사 ‘리멤버(remember)1219’를 함께 주도한 바 있다.
알려진 대로 ‘노사모’는 지난 대선 당시 ‘노풍’을 불러일으킨 팬클럽으로, 16일 현재 회원 수만 9만1천8백40명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리멤버1219’에서 “우리 위대한 노사모, 다시 한 번 뛰어달라”고 말해 사전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생활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 힘’은 지난해 4월19일 충남 조치원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한 시민단체. 인터넷을 ‘진지’ 삼아 오프라인까지 뛰어들어 유권자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회원 수는 7천여 명이다. 이 단체는 팬클럽 ‘노사모’에서 잉태됐지만, 직접 ‘행동’으로 정치와 언론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로 자라났다.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과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경기대 김재홍 교수 등이 자문그룹으로 포진해 있으며, 영화배우 명계남씨 등이 회원이다.
‘서프라이즈’는 지난 2002년 10월 창간한 인터넷 웹진으로 <국민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서영석씨가 대표필자다. 지난해 창간 1주년을 맞았을 때 노 대통령이 축하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 이들 세 단체가 어떻게 국민참여를 결성하게 됐을까. 국민참여 공동대표를 맡은 이상호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국민참여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의 결집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망령처럼 떠오르는 지역주의를 타파해야만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지역구도 극복이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 지향점이 동일하기 때문에 지난 1월 초 국민참여를 결성하기로 합의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지지 후보를 뽑아 당선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하성흡 노사모 대표도 “‘노사모’ ‘국민의 힘’ ‘서프라이즈’ 등 세 단체의 지향점이 같아 ‘국민참여0415’를 결성하기로 했고, ‘노사모’ 확대운영위에서도 통과됐다”며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 국민참여는 앞으로 총선을 겨냥해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인가. 또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우선 이들 세 단체는 각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고 있지만 오는 1월 말까지 별도의 ‘국민참여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곳에서 총선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국민참여는 인터넷을 통해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가운데 지지후보를 선정할 방침이다.
또한 국민참여는 ‘노사모’와 ‘국민의 힘’ 등의 회원뿐만 아니라 비회원 네티즌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둘 방침. 회원·비회원을 떠나 네티즌들이 각자 거주하는 지역에서 출마하는 후보들 가운데 진보적인 후보자를 선정하도록 한다는 것. 국민참여측의 표현에 따르면 ‘정치인 보물을 찾아라’다.
국민참여측은 “적어도 10만 명의 네티즌이 국민참여의 지지후보 당선운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해서 지지후보가 정해지면 ‘물심양면’으로 당선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국민참여에서 선정한 총선 후보를 위해 직접 자원봉사를 하거나, 선거비용을 모금할 예정이라고.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캠프’에서 처음 등장했던 ‘희망돼지 저금통’이 이번 총선에서도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국민참여 관계자는 밝혔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가 ‘온몸’을 내던지면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것과 상당히 유사한 방식을 채택한 셈이다.
이처럼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후보를 대상으로 당선운동을 펼치다보면 아무래도 노 대통령이 입당할 예정인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가 ‘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민참여측 관계자의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민참여는 지난 18일 서울 서교동에 20평 규모의 사무실에 입주함으로써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고, 오는 2월8일 전국의 네티즌들이 모이기 편한 대전지역에서 대규모 ‘네티즌 전진대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참여 사무실엔 ‘노사모’에서 파견된 4명과 ‘국민의 힘’ 5명 등 모두 9명이 상근한다. 서프라이즈는 인터넷 웹진인 까닭에 별도의 상근자를 파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 힘은 운영경비를 줄이기 위해 현재의 여의도 사무실을 이전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지난 12일 참여연대는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운동을 벌일 것임을 공식 선언했고, 지지·당선운동을 천명한 ‘총선 물갈이 국민연대’도 15일 출범식을 갖고 활동에 돌입했다. 그런데 국민참여는 참여연대나 ‘물갈이연대’보다 더 적극적인 당선운동을 펼칠 계획이어서 불법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하지만 국민참여측은 불법선거운동 시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공동대표는 “현재의 당선·낙선 운동을 표방한 시민단체는 선언적인 선거운동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정치개혁을 위해 망가지고 상처를 입는다 해도 당선운동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