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 달 이상, 언론은 친박계에서 그리 입지가 크지 않았던 두 사람을 집중 조명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김재원 당 전략기획본부장이다. 이 둘은 중앙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과 부위원장에 선임되면서 공천권을 휘둘렀는데 예상대로 ‘악역’이었다. 그리고 주어진 악역의 캐릭터를 잘 살려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오른쪽)과 김재원 당 전략기획본부장. 이 둘은 중앙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과 부위원장에 선임되면서 공천권을 휘둘렀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김 본부장은 이번이 충성심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였다. 공천관리위 부위원장으로 취재진의 개별질문을 전담하면서 브리핑과 백브리핑, 거기에다 친박계 실세들의 의견 수렴까지 수많은 역할을 해냈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본부장은 그간 많은 구설수에 올랐고, 지난 대선전에서는 술을 함께 마시며 한 이야기를 정보보고한 기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어 언론의 눈 밖에 났었다. 임명 하루 만에 대변인직을 사퇴한 바로 그 사건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런 해석을 들려줬다.
“친박으로서는 양자와 마찬가지인 김황식 전 총리를 돕기 위해 2배수 압축 이야기가 나온 것, SD(이상득)와 이병석 국회 부의장이 점령했던, 거기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 친박계 전략공천 이야기가 등장한 것, 그 외 친박계가 유리하다고 평가되는 공천 배수 압축까지…. 공천관리위가 누군가의 오더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친박의 여론을 잘 수렴해 알아서 행동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얻을 만한 점수를 얻었다는 말들이 많다.”
특히나 경북 포항을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하는 문제를 놓고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까지 “포항이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돼선 안 된다”고 강력 반발한 것은 당 공천관리위의 소소한 복수로까지 읽히고 있다. 친이계의 성지 같은 포항에 친박계를 전략공천하려 한다는 지역 여론이 급부상했음에도 당 공천관리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급기야 이 의원이 일부 당 지도부에게 ‘칼을 들고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 문자메시지를 날리자 포항 기초단체장 여성 우선추천지역 선정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2008년 친박계 공천학살의 주범으로 몰렸던 이 의원이 6년이 지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