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최근 창당을 완료한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리트윗 주의보’가 켜졌다. 현재 여권 안팎에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부 SNS업체까지 동원해 광범위하게 모니터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당보다 야당이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대선 박근혜 캠프 SNS팀을 이끌었던 한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SNS 자체가 새누리당보다 야당과 진보정당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야권 의원들로서는 그만큼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대신 새누리당 의원들은 실수가 적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당은 각 당협위원회 차원에서 현역 의원은 물론 대의원과 당원을 대상으로 올바른 SNS 사용법을 가르쳤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했는데, 그게 대선 때 주효했다고 본다. 아니, 지난주만 해도 벌써 몇 명이 실수한 거야.”
최근 정치권 SNS 전략가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3월 23일 “묵은 찌꺼기 문재인은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계정에 리트윗 했다가 3시간 뒤 취소했다. 안철수 캠프 자문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의원을 두고 “안철수 의원을 만나 ‘정말 환영하고 같이 협력하자’라고 하는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깔끔하게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정계 은퇴를 주장한 기사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여권은 물론 친노무현계 성향의 야권 지지층을 동요시키기 충분했다. 다음날 손학규 전 고문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던 지난 25일 손 전 상임고문은 “누군가 제 계정을 도용한 것 같다”라고 직접 밝힌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계정을 도용당했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아마 본인이거나 참모의 실수 같다”며 “여러 계정을 여러 디바이스(기기)를 통해 사용하면 앞에 쓰던 아이디를 로그아웃하지 않은 채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는 것으로 착각해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야권 지지자들 역시 손 전 고문 측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해 1월 손학규 전 고문이 리트윗한 글 가운데는 앞서의 한상진 교수가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 시절 “모바일 투표 및 단일화 과정을 평가하겠다”며 친노계와 날을 세웠던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글에는 “손학규, 안철수 중 한 명이 후보가 됐으면 손학규는 150만 표, 안철수는 90만 표 차로 박근혜 이겼다”는 글이 사족처럼 달려있다. 다른 누군가가 정치인 계정을 해킹했을 가능성보다 본인이나 측근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었다는 게 더욱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SNS 사용 부주의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야당 정치인이 또 있다. 바로 김한길 공동대표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 대선 야권단일화 문제가 본격 제기되던 9월경 한 야권 지지자의 글에 “이넘은 친노 알바ㅋㅋ 이해찬 문재인 나오면 무조건 빨아주기”라는 의견을 달아 리트윗 했다. 이에 김한길 대표는 “누군가 제 계정을 도용한 것 같다”며 즉각 수사를 의뢰했지만, 다음날 김 대표를 보좌하던 여비서가 올린 글로 밝혀지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SNS 소통에 가장 활발한 정치인인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여권 관계자들의 주된 표적이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은 SNS 사용에 있어 고단수지만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만큼 가장 큰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소통에 활발한 것을 장점화시켜 가져가고 있지만 지나치게 피로도를 높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라고 전했다.
특히 박 시장은 일과가 끝난 이후 트위터를 통해 직접 민원을 접수받아 해결해 주는 ‘트윗행정’을 선보이곤 한다. 이때 박원순 시장 트윗을 팔로잉(구독)하는 이들은 박 시장 글이 자신의 트위터에 도배되다시피 해 ‘박원순 타임’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지난 24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시장님 트위터를 (서울시) 직원들이 매 시간, 매번 관찰해야 하는가. 서울시 업무체계가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확장됐느냐”라고 따져 묻자, 박 시장은 “소셜미디어센터가 있어 업무 배정·조정·점검하고 있답니다. 걱정도 팔자???”라고 응수했다. 이에 또 다른 이용자는 “시장님 소셜미디어센터가 응답소로 이관된 지가 언젠데, 서울시장 맞아요?”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3월 5일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31개 민원·제안 접수채널을 응답소 하나로 통합했다. 새누리당 한 전략통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실수가 적은 쪽이 승리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취중 SNS 사용도 금물이다. 지난해 2월 박지원 의원은 “광주에서 허벌나게 치욕적 비난받고 목포로 갑니다. 만주당을 살”이라는 정체불명의 글을 올린 이후 “광주 XXX들아! 술 주면 마시고 실수하고 그러면 죽고. 그러면서도”라고 연속으로 올려 야권 지지층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새정치연합 대변인실 관계자는 “박지원 의원은 나이답지 않게 SNS를 재치있게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박 의원은 야권 차기 대권주자인 문재인-안철수 두 의원에게 쓴 소리 남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며 “여당 정치인들 역시 SNS 사용에서 자유롭지 않다. 많은 여권 관계자들이 ‘민심은 SNS 바깥에 있다’며 소통을 등한시하는데, 보수층 역시 SNS 여론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호재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