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간 ‘산 싸움’이 곳곳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경계측량을 하면 갈등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만 산 줄기가 여러 지역으로 뻗어있는데다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높고 지역 주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여서 해결의 실마리도 찾기 어렵다.
청송군과 포항시는 최근 두 지역의 경계인 면봉산(해발 1,113m) 정상 부근의 표지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3월 말 사업비 1천6백여만원을 들여 산 정상 부근에 3톤짜리 돌 2개로 ‘포항의 최고봉 면봉산’이란 표지석을 세웠다.
이에 청송군측은 “지난 9월 면봉산 경계측량을 실시한 결과 표지석 한 개는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에 있지만 다른 한 개는 청송군쪽으로 10여m를 침범해 청송군 현서면 무계리 산 21의4번지에 세워진 것을 확인했다”며 포항시에 철거를 요구키로 했다.
대구 동구청과 경산시도 갓바위 관할권을 놓고 30여 년 동안 다투고 있다. 동구청이 지난 99년 갓바위 캐릭터사업을 위해 ‘갓방구’로 상표등록을 시도하자 경산시는 특허청에 공문을 보내 행정구역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에 위치한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제431호)를 동구청이 캐릭터로 개발하려는 행위는 자치단체간 분쟁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상표권 등록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구시 동구(당시 달성군 공산면 직인동)의 관암사와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의 선본사는 갓바위 부처의 소재지 및 소유권을 놓고 5년여 동안 다투다 71년 1월 대법원 판결끝에 현재까지 선본사가 관리하고 있다.
경북 성주, 고령, 경남 합천 등 3개 시군은 가야산을 놓고 서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해인사로 인해 ‘합천 가야산’으로 널리 알려진 가야산을 두고 성주군이 전체면적 60만㎢의 61%인 약 37만㎢가 성주군에 속해 있다며 ‘성주 가야산’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게다가 최근 국립지리원 실측결과 성주 칠불봉이 최고봉(1,433m)으로 확인되면서 성주군은 칠불봉 정상에 표지석을 세우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령군도 대가야 탄생설화가 가야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다툼에 가세했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