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괴자금 1백억원 보유 의혹을 받고 있는 전재용씨와 함께 톱 탤런트 A양을 내사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전재용씨 모습. | ||
검찰이 A양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구체적인 이유는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일각에선 재용씨 주변 자금 흐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검찰이 재용씨와 A양의 해외 출국 사실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이 최근 재용씨와 A양의 2002년 1월부터 현재(2003년 11월)까지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재용씨와 A양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이 기간 동안 네 차례나 동일한 날짜에 같은 나라로 출국했다가, 같은 날짜에 귀국한 것으로 밝혀진 것.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왠지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도대체 검찰이 두 사람의 해외 행적에 대해 내사를 벌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현재 재용씨와 A양은 모두 해외 체류중이다. 재용씨는 지난 7월19일 미국 LA로 출국한 다음 10일 현재까지 입국하지 않고 있으며, A양 또한 9월24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국내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재용씨는 ‘괴자금 1백억원’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자진 출두해서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언제쯤 귀국할지는 미지수다.
재용씨는 컴퓨터 관련 사업 등을 하며 자주 해외 나들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미국에 체류중인 현재까지 모두 열네 차례나 외국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체류기간은 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두 달 보름 정도였다. 그의 행선지는 주로 미국(6회)이었으며, 홍콩(4회)과 일본(2회), 싱가포르, 괌 등도 다녀왔다.
재용씨와 함께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는 A양은 드라마 주연급 탤런트로 활동하다 최근 활동이 뜸한 상태. A양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해외를 드나들었는데 그 중 미국행이 다섯 차례, 그리고 홍콩과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에도 각각 한 차례씩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년10개월 동안 재용씨와 A양의 출입국 기록(행선지와 출국 및 입국 날짜)이 정확히 일치한 경우가 네 차례였다. 먼저 올해의 경우 두 사람은 지난 3월29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4월6일 같은 날짜에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도 세 차례나 출입국 기록이 동일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7일 싱가포르로 나갔다가 닷새 후인 12일에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6월18일에도 홍콩으로 출국, 사흘이 지난 21일에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10월28일에는 두 사람이 일본으로 나갔다가 나흘 후인 11월1일에 귀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재용씨와 A양의 해외 동선이 일치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다 출입국 날짜가 일치할 수도 있겠지만, 행선지와 날짜가 정확히 네 차례나 겹친 것을 ‘우연’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같은 날짜에 같은 장소로 출입국한 사실 이외에도 두 사람의 출입국 행선지와 날짜 간격이 비슷한 경우도 몇 차례 눈에 띄었다.
재용씨는 지난 4월2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7월11일에 귀국한 것으로 돼 있는데, A양의 출국 날짜와 행선지도 전씨와 동일했다. 단지 귀국 날짜만 재용씨보다 늦은 9월18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최근 비자금 사건이 불거진 후 재용씨의 미국 행적을 추적하던 중 애틀랜타 지역의 한 교민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말을 들었다. 그는 “전재용씨가 A양과 함께 (미국에서) 왔다갔다 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유사한 얘기는 재용씨의 사업파트너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재용씨와 함께 사업관계로 만난 한 재미교포도 “전(재용) 사장이 여기(미국)에 오면 LA나 뉴욕, 워싱턴 등을 돌아다니며 가끔 애틀랜타에 들른다”며 “여기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서 ‘전 사장이 A양과 가깝다는 소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와 전 사장은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선 말하지 않기 때문에 그 소문이 사실인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현지 일부 교민들 사이에선 재용씨와 A양의 관계를 둘러싼 풍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재용씨와 A양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재용씨는 사업상 미국 출장이 잦고 A양 역시 미국에 연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출입국 기록의 일치를 모두 우연 탓으로 돌리더라도 달리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재용씨를 수사중인 검찰이 A양을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두 사람의 가족을 통해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양측 모두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기자는 두 아들과 함께 부인 최아무개씨(35)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재용씨의 서울 서빙고동 아파트를 찾아가 취재요청 내용이 담긴 메모를 파출부에게 전달했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후 부인 최씨는 아이들과 함께 집을 비웠고, 9일 저녁에서야 귀가했다. 최씨는 아파트 인터폰을 통해 기자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무 것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A양 가족에게도 여러 차례에 걸쳐 취재 요청을 했으나 역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그나마 전화 연락이 닿은 사람은 재용씨의 형수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맏며느리인 정아무개씨였다. 정씨는 ‘재용씨와 A양의 출입국 기록이 같은데 어떤 관계냐’는 질문에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무덤덤한 어조로 답변했다. 그는 “가족이라고 해서 개인적인 일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요즘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해서 (기자와) 통화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용씨 부인 최씨의 현재 심경을 전했다.
그렇다면 A양은 재용씨의 ‘괴자금 1백억원’ 보유 의혹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현재로선 어느 것 하나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재용씨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A양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A양이 자금 흐름과 관련됐을 가능성과 수사기법상 A양에 대한 내사가 필요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두 사람이 현재 미국에 체류중이어서 이들을 둘러싼 의문은 당분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괴자금 1백억원’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A양에 대한 내사 결과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