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가 들어오면서 고양이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여 거리의 신안군 증도면 대기점도는 30여 년 동안 고양이 천국으로 주민들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살아왔다.
15일 주민들에 따르면 농사와 고기잡이를 함께 하고 있는 이 섬이 고양이 천국으로 변한 것은 들쥐가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쑥대밭이 되자 30여년 전 들쥐를 소탕하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기로 한 것.
고양이는 주민들의 염원대로 들쥐를 박멸해 농토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숫자가 늘어나면서 야생 고양이에 의한 주민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고양이는 잔칫상에 올리기 위해 힘들여 육지까지 나가 사 온 소고기를 훔쳐 먹는가 하면 건조중인 생선과 양식장 새우 등을 잡아 먹어 주민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섬 이장 오재종씨(63)는 “고양이가 들쥐를 잡아 수십 년 동안 농작물 피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이 섬에서는 고양이를 상전으로 모시며 고양이 살생이나 해를 끼치는 일은 금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개가 섬에 다시 들어와 주민들간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은 일부 주민들이 고양이 피해를 막기 위해 수개월 전 개를 다시 불러 들이면서 시작됐는데 격론 끝에 묶어서 키우는 대신 고양이에게 해를 끼치면 퇴출한다는 조건으로 개 사육이 잠정 허가됐다.
현재 이 섬에 다시 들어 온 개는 모두 6마리. 이에 비해 고양이는 야생까지 합쳐 3백∼4백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개를 묶어 키워 별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아 평화롭게 보이지만 개와 고양이의 불안한 동거가 언제 깨질지 불안스럽기만 하다.
[무등일보]